입지 및 판촉 비용 증가 원인 지목… 알선수수료율 증가, 2015년 4분기 9.8%→ 2016년 4분기 11.9%
  • ▲ 면세점 둘러보는 이부진 사장. ⓒ연합뉴스
    ▲ 면세점 둘러보는 이부진 사장. ⓒ연합뉴스

    국내 면세점 2강으로 롯데면세점과 함께 선두를 달려온 신라면세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격차가 벌어진 데다 신세계면세점으로 대표되는 신규면세점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을 이끄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부진 사장의 면세사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현대산업개발과 합작한 HDC신라면세점도 운영하는 가운데 정작 본진인 신라면세점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지난해 3조3257억원, 영업이익 79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14%가량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3.3% 하락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5.7%에서 2015년 3.1%, 2016년에는 2.4%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등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면세점 전체 총매출액이 12조275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매출 상승은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 5조9700억원, 영업이익률은 7%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4조3420억원 영업이익률은 8.9%였다.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률도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해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이 문을 닫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은 문을 닫기 전 월평균 방문 외국인 10만명, 일 평균 매출 약 2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매출은 6112억원으로 직전년도보다 26.8% 신장했다. 지난해 롯데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 매출 8000억원가량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롯데 측의 예상이다.

지난해 3차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월드타워점이 부활했기 때문에 올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면세점도 신라면세점을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DF는 4분기 1890억원의 매출과 영업적자 1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3분기 영업적자가 200억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손실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주 연구원은 "신세계디에프(면세점)의 외형성장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신세계디에프 매출액은 1890억원으로 전분기 990억원 대비 90.9% 증가했다. 현재 일매출액은 25억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세계면세점 고속터미널점도 오픈 예정이기 때문에 신세계면세점의 성장 추세는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롯데면세점과 차이가 벌어지고 신세계면세점에 신라면세점 추격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라면세점 입장에선 형제뻘인 HDC신라면세점의 선전도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HDC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적 집계 결과 매출 532억원, 영업이익 1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5일 그랜드 오픈 기준 10개월 만에 월 단위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수치다.

이같은 성장은 신규 매출 창출도 있지만 신라면세점의 매출을 갉아먹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점포 확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면세점 시장 파이를 나눠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다른 독립법인이다.
  • ▲ 신라면세점 외관. ⓒ신라면세점
    ▲ 신라면세점 외관. ⓒ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시내 면세점이 입지적 측면에서 롯데와 신세계와 비교해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객이 면세점을 찾을 때 입지와 인지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가장 먼저 찾는다.

    그리고 신라면세점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2강 체제였다. 그러나 롯데면세점 소공정과 가까운 위치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신규면세점이 추가되면서 신라면세점을 찾는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신라면세점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과 여행사 수수료를 올려,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는게 업계 추측이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호텔신라의 알선수수료율은 2015년 4분기 9.8%에서 2016년 4분기에는 11.9%로 올랐다"며 " 높은 알선수수료율이 'margin squeeze'(이윤압착)의 빌미로 작용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알선수수료란 면세점에 고객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여행사나 가이드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신라면세점 측은 입지와 영업이익률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판촉비가 올라가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비단 신라면세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면세 업계 전부가 힘든 상황이다. 신라면세점은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