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해체 '콘트롤타워' 부재, '경영공백' 불가피"'미래사업' 경쟁력 감소 우려…미전실 대체할 '조직' 필요 목소리 커져"


  • 삼성그룹이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 선언하면서 경영 방식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계열사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지주사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그룹은 지난 28일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특검이 삼성 관계자 5명을 일괄 기소했다. 모든 책임이 미래전략실에 있음을 통감하고 완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며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실차장 등 미전실 모든 팀장은 전원 사임하고, 계열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자율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가 공식화되면서 삼성그룹도 사실상 해체된다. 1959년 이병철 선대회장 비서실로 시작한 미전실은 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바뀌며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계열사 감사, 사장단 인사, M&A 등을 총괄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사라진 미전실은 2010년 12월 재정비된 후 2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전략, 경영진단, 인사, 커뮤니케이션, 기획, 준법경영실로 분리돼 운영돼 왔다.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팀장급 이하 임직원들은 소속 계열사로 복귀하고 중요 기능 중 하나였던 대관업무도 중단된다. 삼성은 합법적 로비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로펌의 도움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이 진행하던 대부분의 행사도 중단된다. CEO 세미나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 삼성을 대표하던 행사들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4월로 예정된 그룹 공채는 올해 상반기 채용을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정례화된다.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조달한다는 뜻이다.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은 그룹 경영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보다는 계열사별 독자 경영 및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대외 후원금 투명성 제고 방안이 전 계열사로 확대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에 대해 일정기준을 정해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지출에 대해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그 내용은 외부에 공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투명성 제고방안과 동일하다.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 강화는 핵심 계열사들이 지주사 전환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변신해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제조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화재, 증권, 카드를 포함한 지주사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흡수할 경우 삼성생명 지주자 전환과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법적근거가 모호한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열사 대부분이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60여 개의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삼성의 경우 자칫 경영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여기에 부실 계열사에 대한 관리 등 경영 효율화와 신규 채용 규모 축소, 사회공헌활동 위축 등 부수적인 악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카, 바이오, 인공지능, VR 등 계열사간 협력이 필요한 미래사업 발굴에서 경쟁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여러차례 강조한 만큼 계열사별 독자 경영체제 구축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계열사별 이사회의 권한과 기능은 더욱 확대되겠지만, 특정 계열사가 설계하기 힘든 미래사업 경쟁력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미전실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 또는 회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