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 돌입,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강화"부실 계열사 관리 등 경영공백 불가피…신규 채용 및 사회공헌활동 위축 우려"


  • 삼성그룹이 공식 해체됐다.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은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쇄신안을 발표했다. 먼저 미전실 해체가 공식화됐다. 1959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비서실로 시작한 미전실은 그동안 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수차례 이름을 바뀌었지만 계열사 감사, 사장단 인사, M&A 등을 총괄하며 삼성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12월 재정비된 미전실은 2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전략, 경영진단, 인사, 커뮤니케이션, 기획, 준법경영실로 분리돼 운영돼 왔다. 

    사실 미전실 해체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실용주의를 선호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룹의 모든 사업을 총괄해온 미전실의 역할을 감안할 때 한 순간에 해체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했으나 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전실을 이끌어온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 팀장급 인사 전원은 사퇴한다. 나머지 임직원들은 내달 1일자로 소속 계열사로 복귀한다. 미전실의 중요 기능 중 하나였던 대관업무도 사실상 중단된다. 대관업무 조직 해체됨에 따라 합법적 로비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로펌의 도움을 받는다. 

    계열사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체제가 강화된다. 때문에 매주 수요일 진행됐던 사장단 회의도 자연스럽게 폐지됐다.

    삼성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시작으로 계열사별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한 계열사별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대외 후원금 투명성 제고 방안이 전 계열사로 확대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지출은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그 내용은 외부에 공시하기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 출연금, 기부금 일정기준 이상에 대해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을 필수로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 승마협회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사장이 사임하고 협회에 파견된 임직원 전원을 소속사로 복귀시킨다.

    한편 미전실이 해제되면서 삼성그룹이 진행하던 대부분의 행사도 중단될 전망이다. CEO 세미나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 삼성을 대표하던 행사들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4월 초로 예정된 그룹 공채는 올해 상반기 채용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이 해체되면서 삼성 전체 공채 규모나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부실 계열사에 대한 관리 등 경영 효율화 작업도 더뎌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수 차례 강조한 만큼 계열사별 독자 경영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전실이 공식 해체되면서 계열사별 이사회의 권한과 기능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