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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이통사들 사이에서 '과장-차장-부장' 등의 기존 직급체계 '타파'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론 '직급 수평화를 통한 소통 및 업무 효율성 높이기'라는 명목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년차에 따른 엄격한 업무 분업화 및 보수 체계가 기존 직급제처럼 유지되고, 공식적 승진 기회가 적어 사기진작 및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5월 1일자로 기존 '사원ㆍ대리ㆍ과장ㆍ차장ㆍ부장' 등 5단계로 구분된 직급 체계를 '사원ㆍ선임ㆍ책임' 3단계로 변경하는 내용의 인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새 인사제도 시행 대상은 대졸 공채 등으로 입사한 사무기술직군이며, ▲기존 4년차까지 사원은 기존 호칭대로 '사원' ▲5년차 이후의 대리나 과장(9~13년차)은 '선임' ▲14년차 이후의 차장과 부장은 '책임'으로 불리게 된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기존 5단계 직급 체계를 팀장과 매니저로 단일화해 지금까지 본 인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수평적이고 소통이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국내 이통사들 사이에서 수직적 호칭 체계를 없애고 있단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균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직급이 타파된다 해도 년차에 따른 체계가 기존처럼 유지되는데, 굳이 기존 직급제를 타파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승진 기회가 적어 사기진작 및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KT는 여전히 전통적 직급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쟁사들의 '직급체계 타파' 움직임 속 여전히 호칭체계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KT는 지난 2010년 사원부터 부장까지 호칭을 모두 '매니저'로 통일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4년 만인 2014년 '매니저' 호칭을 폐지, 직급체계를 부활시켰다.
KT 측은 "승진하는 일이 없다 보니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며 "직원 사기 진작과 만족감 부여 위해 직급과 호칭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데, 같은 과장이라도 년차에 따라 위아래가 확실한 한국 문화 정서상, 회사 선배 혹은 후배에게 자기와 같은 호칭을 쓰는 것이 불편하기 마련"이라며 "언어문화가 다른 글로벌 ICT 업체들이 수평적 호칭을 쓰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국내 업체들도 이를 도입해 직급체계를 타파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교사상과 승진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직급체계 타파'는 오히려 조직 내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며 "'직급체계 폐지' 외 조직 내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방안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