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 도입 세계 1위… 기업은 해외서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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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일자리 불임'이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제조업은 성장세에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 고용창출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져 지표 경기의 회복세가 체감 경기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 성장한 만큼 일자리 안 늘어… 고용탄력성 하락
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계수는 지난해 17.4명으로 전년 대비 0.3명 줄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취업계수는 GDP 10억원의 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로 고용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직접적인 고용 효과를 나타낸다.
한국 경제의 취업계수는 2008년(20.0명)을 끝으로 20명 밑으로 떨어졌다.
2010년 18.8명이었던 취업계수는 2012년 18.4명, 2014년 17.9명, 2015년 17.7명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탄력성은 지난해 0.421로 전년(0.504)보다 대폭 떨어졌다.
고용탄력성이 높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취업자가 증가하는 정도가 크다는 의미이고 낮다는 것은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취업계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농림어업이 45.7명으로 가장 높았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38.4명), 보건 및 사회복지(29.5명), 건설업(28.6명), 교육서비스업(28.1명), 운수 및 보관업(27.7명), 사업서비스(24.8명) 등도 20명이 넘었다.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취업계수는 전년 대비 0.2명 줄어든 10.6명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계수는 2014년 10.5명에서 2015년 10.8명으로 높아졌다가 1년 만에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소위 괜찮은 일자리인 금융보험업의 취업계수는 2014년(10.1명)까지만 해도 10명이 넘었지만 2015년 8.9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6년 8.7명으로 다시 낮아졌다.
◇ 제조업, 3분기 연속 성장에도 일자리는 반비례
제조업은 성장해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4%, 4분기 2.7%, 올해 1분기 4.4%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2014년 2분기의 4.7%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는 성장률의 반대 경로를 걷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3분기 7만1천명, 4분기 11만명, 올해 1분기 11만2천명 줄어 감소세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지난해 2분기까지 분기 기준으로 취업자 증가세를 유지했다.
◇ 한국 로봇 도입 세계 1위…기업은 해외에서 일자리 창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약화되는 데에는 구조적 요인과 일시적 요인이 복합돼 있다.
일시적 요인으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이 크다.
최근 힘겹게 채무재조정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은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추가로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로봇 등을 통한 자동화,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로봇 도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 고용인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는 531대로 세계 1위다.
싱가포르(398대), 일본(305대), 독일(301대) 등도 한국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176대)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352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 일자리는 2005년 53만개에서 2015년 163만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외국투자기업의 국내 일자리는 20만개에서 27만개로 늘었다.
들어온 일자리 대비 나간 일자리가 약 2.5배 수준에서 6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 "고용창출 능력 큰 서비스업으로 일자리 늘려야"
제조업의 낮은 일자리 창출 능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제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이 8.8명에 그쳤다. 반면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2배에 가까운 16.7명을 기록했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 상당의 재화나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가리킨다. 취업계수가 직접적인 고용효과를 측정한 지표라면 취업유발계수는 산업 간 파급효과로 다른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까지 고려한 것이다.
특히 최근 수출 호황을 이끄는 반도체, 화학 등의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 평균보다 훨씬 낮다.
수출 개선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경기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취업유발효과가 커야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늘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 체감 경기가 좋아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4년 현재 전기 및 전자기기(5.3명), 화학제품(6.3명), 석탄 및 석유제품(1.9명) 등의 취업유발계수는 낮았다.
이에 비해 교육서비스(18.1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19.2명), 문화 및 기타서비스(24.5명) 등 서비스 관련 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고려해 서비스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전문가들이 참석한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은 아무래도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주도하게 된다"면서 서비스업 일자리를 위해 "진입장벽과 영업제한 등 규제를 푸는 게 과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