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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감축 공약이 본격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개인용 경유차 퇴출 부담, 철강업계에서는 전기료 인상 우려, 조선업계에서는 LNG선박 발주 기대, 항공업계에서는 친환경 기재 도입 등이 추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지만 방법과 시기, 재원 마련 등 현실적인 대안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자칫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만 커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가동중단) 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조만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기구가 설치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감축 의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 철강, 조선, 항공 등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산업계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자동차업계,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 고려한 대안 필요
문 대통령은 이미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약으로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을 결정했으며, 경유차 퇴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경유차(승용)를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즉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경유차 운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경유 가격을 올리고, LPG 차량 구매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경유차 점유율은 44.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경유차 비중이 약 40%이다. 나머지는 휘발유 차량이고, 아직까지 친환경차 비중은 5% 이내에 불과하다. 쌍용차는 체어맨과 티볼리 가솔린 모델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유차이다. 상대적으로 경유차 비중이 높다. 르노삼성도 경유차 비중이 30%를 넘고 있다. 올해 1~4월까지 국내에서 약 3만5000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경유차가 1만3000대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경유차가 캡티바, 올란도뿐이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에 비해 경유차 비중이 가장 낮다.
업계는 아직 정부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을 지켜보면서 이에 발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유차 퇴출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유차 퇴출이 당장 이뤄진다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검토할 사항”이라며 “서민 경제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는 충분한 시간과 투자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배출 물질이 노후화된 경유차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며 “노후 차량 폐차가 우선시 돼야 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유차 중에 자영업자들이 사용하는 트럭이 많기 때문에 서민들의 거부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유세를 인상할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트럭을 이용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자영업자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을 마련하고, 경유차 퇴출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관련해서 전체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재원 마련 같은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철강·조선업계, 희비 교차… “당장 직접적 영향 없어”
철강업계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라 전기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LNG 발전소로의 대체에 가능성을 두며 가스 수입 등 LNG선 발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은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가져올 파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추후에 나타날 수 있는 전기료 인상 등에 대해선 고민이 깊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이행되면 향후 화력발전소는 점진적으로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LNG발전소 건립이 유력하다. 석탄보다 LNG단가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여기까지 거론하는 것은 현 시점에선 매우 이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러한 부분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업계 반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어제 지시가 내려온 만큼 당장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화력발전소가 전기 사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LNG로 대체된다면 가스발전 단가가 석탄보다 20~40원/kWh 높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전기 사용이 많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화력발전소 폐쇄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면 LNG발전소 건설이 대체 방안으로 떠오르고, LNG발전소 가동은 곧 가스 수입 증가를 의미한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발전소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LNG선 수요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철강과 달리 불을 피우거나 하는 산업이 아니다. 즉 미세먼지 배출과 크게 상관이 없는 업종"이라며 "그럼에도 LNG발전소가 화력발전소 대체방안이 된다면 향후 LNG선 발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항공업계, 생산 주체 아니지만 운용사 입장에서 친환경 동참항공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환경 정책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라며 "항공사는 직접적인 생산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연료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항공기 교체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즉 직접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는 주체는 아니어서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기재 도입에는 신경 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업계의 이슈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이다. 항공기 운행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 수준으로 추산되며,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연료효율 개선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까지 항공기 연료효율을 연평균 1.3%씩 개선해 온실가스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다.
국토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에 공감한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항공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과 4월 드림라이너라 불리는 차세대 항공기 'B787-9'을 각각 1대씩 도입했다. B787-9 항공기는 최첨단 엔진인 GEnx-1B를 사용하고 있으며, 50%의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해 연료효율을 20%까지 개선한 기종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26일 A350-900을 도입했다. 해당 항공기는 신형 롤스로이스 트렌트 XWB 엔진을 적용했으며, 신소재를 활용한 기체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경쟁 모델인 B777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효율을 각각 25%씩 개선했다.
이외에도 양사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구형 기종의 단계적 축소와 연료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경제항로 신설, 엔진 내 미세먼지 제거 등 배기가스 감소, 연료효율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15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44.9만톤, 16.1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 중국발 미세먼지에 속수무책, 국내 기업들 부담만 가중 우려
산업계 전반적으로 미세먼지 대책에 커다란 헛점이 있음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국내에서 아무리 미세먼지 감축을 실행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과학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산업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한중 협의는 물론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에도 중국은 끄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만 줄인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많은 시간과 투자를 들여 노력한 것이 헛수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철강 및 조선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가 중국인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국내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자칫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만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제, 오늘 미세먼지가 없는게 국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경유차가 안다녀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며 "중국이 일대일로 포럼으로 중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해서 미세먼지가 없는 것으로 안다. 결국 미세먼지 주범은 중국인데 과도한 정책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을 일시 가동중단(셧다운)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6월 한달 간 가동을 멈추고, 내년부터는 3~6월 동안 4개월간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10곳을 임기 내에 폐쇄하고 그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배출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