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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금융상품 관련 새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으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그동안 은행권이 보수적으로 위험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새 회계기준이 은행 건전성 지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현재 17개 국내 은행 가운데 9개 은행이 IFRS9 기준에 적합한 재무결산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무리하고 회계기준 변경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내년 1월부터 국내 적용되는 IFRS9는 회계상 손실을 반영할 때 확정된 손실 외에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당좌거래정지나 90일 이상 연체 등 객관적인 증거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만 손상으로 인식해 대손충당금을 쌓지만, 내년부터는 충당금을 책정할 때 예상손실을 추정해 미리 반영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IFRS9 도입으로 은행권 전체가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이 총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총액(18조2000억원)의 10∼16% 수준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현재보다 대손충당금을 최대 30% 더 쌓아야 하는 등 여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감독당국은 추가 충당금 부담이 일회적이고, 국내 은행들은 감독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 외에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왔기 때문에 기존 대손준비금을 활용해 충당금을 확대하면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으로 간주하던 대손준비금의 감소가 액면 그대로 자본 감소로 인정되지도 않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변화 역시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부 모형 시뮬레이션 측정 결과 IFRS9 도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BIS 비율 변화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계상 대손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자본이나 이익 변화가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이 IFRS9 대비를 핑계로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으로는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IFRS9 도입으로 은행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상손실을 추정할 때 잔존만기를 모두 고려하는데, 주택담보대출은 만기가 통상 20년으로 매우 길어 연체가 늘어나면 반영해야 할 손실이 이전 회계기준에서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개인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70% 이하로 관리돼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충격이 오더라도 충당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은행 리스크관리 부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스템 개편을 마무리한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반기보고서부터 IFRS9에 따른 재무제표 영향을 병기할 것으로 예상한다. 회계 개편에 따른 시장 우려와 불확실성을 완충하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