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투자위' 결정 권유는 사실...하지만 부정한 청탁은 없어""'찬성-반대' 결정 어려운 선택…찬성 유도 주장 사실과 달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나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 나왔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은 2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1차 공판에서 "합병과 관련된 의결권과 전문위 부의 여부는 국민연금에서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다. 결과를 청와대에 승인받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1심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 복지부,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삼성→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공단'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수 차례 확인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을 상대로 ▲SK합병 반대 이유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장 ▲투자위와 전문위 관련 사안 ▲복지부 직원 개입 여부 ▲투자위 회의결과 보고 배경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통화 내용 ▲이재용 부회장 면담 내용 등을 확인했다. 특히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과 만난 배경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홍 전 본부장은 조 전 국장이 합병 관련 의결권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증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조 전 국장이 무조건 전문위에 부의하지 말고 투자위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판단하기 곤란할 경우 전문위로 부의하는게 맞지 않냐고 말했다"며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투자위에서 결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만 "압력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며 "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홍 전 본부장은 이 부회장을 만난 경위와 배경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발표가 난 후 합병과 관련한 의견들을 삼성과 이야기하던 중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을 수 없어 최고 의사결정자인 이 부회장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을 만나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10% 할인할증, 중간 배당,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왜 10% 할인할증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로펌에 문의한 결과 제일모직 주주들에 대한 배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합병이 부결될 경우 재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이야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배당도 이전에 진행됐어야하는데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재무적투자자이기 때문에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경영간섭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따로 요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가 회의를 열어 찬성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자위원들에게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검의 지적과 달리 찬성 결정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그는 "합병에 찬성하면 대기업인 삼성의 편을 든다고 비판받을 것이고, 반대하면 해외 투기자본 편을 들었다고 매국노 이완용 취급을 받을 수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힘들지 않느냐는 투자위원의 질문에 '잘 결정돼야 할텐데'라고 말한게 전부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