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살기위해 노동조합 탈퇴해야"… 고의적 임금 체불도최대주주 한모 씨 압력 행사한 듯… "투기자본 맞서 적극 대응"
  • ▲ 삼안 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 녹취록 폭로 기자회견. = 김백선 기자
    ▲ 삼안 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 녹취록 폭로 기자회견. = 김백선 기자


    건설엔지니어링업체인 ㈜삼안의 단체협약해지(단협해지)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업체 소속 임원이 직원들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전국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와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삼안 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 녹취록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안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삼안 부서장인 A전무는 해당 부서원들을 모아놓고 "삼안의 대주주인 한○○ 한맥기술 사장이 각 부서장과 임원들을 만나 노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부서가 살기위해선 부서원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된 상황에 대해서 A전무는 "회사의 모든 자금사정이 어렵더라도 사주가 차입해서 지원해주면 되는데 왜 안하려고 하지? 괘씸죄에 걸린 거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사주가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를 탈퇴하면 체불임금을 먼저 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과 연장근로 수당을 100% 받아낼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은 단순한 임금체불을 넘어 직원들의 임금을 담보로 노조탈퇴를 이끌어 내고자하는 범죄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안 경영진의 노조탄압 문제는 계속 이어져왔다. 먼저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사측은 기존 단협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약 60여개 조항에 대해 공격적으로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임금요구에서는 성과연봉제를 바탕으로 하는 일방적인 임금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측은 조합원들에 대해 부서별로 인원을 할당해 사직권고를 통보했고, 이에 불응하는 10명의 조합원에 대해 '프로젝트점검팀'이라는 유령부서를 만들어 기존의 업무에서 배제시키기도 했다.

    노조는 대화의 진전을 위해 임단협 양보안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자신들의 요구와 차이가 많다며 단협해지를 통보, 급기야 지난달 직원 50%·임원 60%의 임금을 체불하면서도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했다.

    노조 측은 "노조 탈퇴를 거부하는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권고사직·인력구조조정·성과연봉제압박·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단협해지 등을 자행했다"며 "이는 노조탄압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발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순관 전국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단협해지는 사주가 노동조합과 대화관계를 스스로 차단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조 파괴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노동조합은 앞으로 이런 투기자본의 행태에 맞서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법과 노동관계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67년 설립된 삼안은 도로·댐·터널·교량 등 각종 토목 관련 구조물 설계회사로, 1998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됐다가 그룹이 무너지면서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4년 만에 장헌산업·한맥기술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삼안에 대한 장헌산업과 한맥기술 지분은 각각 48.6%, 18.7%로, 이 두 회사 최대주주는 모두 한형관 씨다. 이 때문에 삼안의 노조탄압 일련의 과정들에서도 한 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