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빅배스 잇달아…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주택경기 침체로 외부자본 필요시 유동성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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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 중구 일대 주택가. ⓒ성재용 기자
"회사채 신규발행과 차환이 어렵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주택분양이 버팀목이 돼 자금운용에 어려움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1~2년 뒤 주택경기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경우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회사가 나타날 수 있죠. 때문에 요즘 건설사들은 경영 효율성을 높여 신용등급을 한 두 단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
애초 SK건설과 대림산업이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건설채 시장에 온기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SK건설과 대림산업만이 발행에 성공했을 뿐이다. 확산은커녕 중견건설사 한양의 경우 주관사가 매입하기도 했다.
당장은 운용자금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분위기지만, 최근 2~3년 간 건설업계의 '비빌언덕'이었던 국내 주택경기가 꺾일 경우 유동성 문제가 드러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대 대형건설사 회사채 발행 규모는 3900억원으로, 4월 SK건설 1900억원과 5월 대림산업 2000억원이 전부였다.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상반기 전체 회사채 발행액은 32조6375억원이며, 이 중 10대 건설사 비중은 3.35%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체 발행액 29조4371억원 중 10개사 비중이 1.18% 규모로 줄어들었으며 올해는 1.08%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SK건설과 대림산업 모두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당초 계획보다 발행액을 늘리면서 최근 좋은 실적을 기록 중인 다른 대형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다른 건설사들도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저조한 흥행 예측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잇단 '어닝쇼크'와 '빅배스'로 건설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투자리스크가 높아지자 높은 이자를 제시하더라도 이미 팽배해진 불신에 발행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 건설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유안타증권 집계를 보면 16개 건설사의 2014년 말 대비 2017년 상반기 신용등급은 8개사가 하향 조정됐고, 7개사는 유지됐다. 해외건설 원가율 조정, 장기 지연된 예정 사업장 손실, 공공 부문 수익성 회복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6개사 가운데 상향 조정된 건설사는 현대산업개발이 유일하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2014년 이후 신용등급이 두 차례 하락했다. 'A+'였던 신용등급이 'A-'로 떨어진 것이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2015년 'AA-'이었던 등급이 'A+'로, 롯데건설 역시 'A+'에서 'A'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B투자증권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연기금과 대형 보험·증권사들은 대부분 신용등급 'AA' 이상인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다보니 건설사들이 회사채 신규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회사채 수요 조사에서 흥행을 기록하지 못해 발행 계획을 접은 사례도 몇 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양은 5월 차환자금 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 예측을 했지만, 단 한 곳의 기관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의 경우 지난해 200억원짜리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에도 수요 예측에 기관투자자가 참여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번에 한양이 발행한 회사채도 결국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175억원 25억원을 떠안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내주택사업 호황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발을 빼더라도 당장은 운영자금 마련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모두 10조337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조1486억원에 비해 12.9% 증가했다.
건설사들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기도 한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은 최근 만기 회사채를 차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갚았다. 상반기 회사채 만기액은 1조16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8000억원가량이 사내 유보금으로 처리됐다.
문제는 국내주택경기가 하락했을 경우다. 이 경우 분양에 실패한 사업장이 늘어나 건설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익감소로 운영자금 부담이 늘어나면 외부자금이 절실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회사채 차환이 더 어려워진다면 유동성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건설사가 손실을 낸 해외건설 현장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할 경우 분양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C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최근 'A'등급 회사채에는 투자자들이 몰리지만, 정작 비우량 등급 건설 회사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시장이 획기적으로 살아나 투자 매력이 좋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D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6·19대책과 8월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감안하면 향후 성공적인 분양에 의한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동성 관리 능력이 양호하고 실적 변동성이 적은 건설사의 회사채를 제외하면 고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