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516억 미달, 운영비 등 3천억 부족… 공기업, 배임 시비·부채 등 난색조직위 "탄핵-대선 등 이유로 계속 회피… 정부차원 아젠다로 분위기 조성해야"
  • ▲ 평창동계올림픽 스키경기장.ⓒ연합뉴스
    ▲ 평창동계올림픽 스키경기장.ⓒ연합뉴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를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곳간이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공기업 후원으로 활로를 열려는 조직위와 공기업 간 견해차가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일부 공기업을 염두에 둔 조직위 차원의 '삥 뜯기'가 여의치 않으면서 결국 대통령이 공기업 팔 비틀기에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마저 제기된다.

12일 조직위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운영비 등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8000억원쯤이다. 이 중 2조4000억원은 방송권과 입장권, 기념주화 판매수익, 기업 스폰서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나머지 4000억원에 대해선 아직 자금 확보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조직위는 최대한 운영비를 아껴도 3000억원쯤이 부족할 것으로 본다.

조직위는 대회 운영을 위한 각종 활동비와 인건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9400억원을 공식 후원사들의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후원금은 8884억원이 걷혔다. 목표액의 94.5%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516억원이 부족하다.

조직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기업의 후원이 막히자 부족한 재원 중 1500억원쯤을 공기업 후원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강원랜드 등이 주요 후원 공기업으로 거론된다.

조직위는 지난달 15일 대회 준비현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의 지원사격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공기업도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고려할 게 많다는 점이다.

1000억원쯤의 후원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전은 법률적 제약으로 후원이 어렵다는 견해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 등 법령에 기초한 목적사업만을 시행할 수 있는데, 올림픽 후원은 목적 외 사업에 해당해 배임 등의 책임을 따지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직위가 대회준비 과정에서 공사비 등으로 한전에 줄 돈이 1000억원쯤이어서 공사비·전기료 감면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한전은 이에 반대한다. 감면 사례 등의 선례가 남으면 앞으로 비슷한 요구가 잇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250억원 상당의 후원을 요청받은 가스공사도 한전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선수단 후원과 대회 기간 숙소 제공 등 이미 직간접인 지원에 나선 가운데 추가 현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비율이 325%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자칫 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직위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때 올림픽 후원 공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경영관리개량 지표를 고쳤는데도 공기업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올림픽 후원이 정관 등에서 정한 목적사업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유권해석해 본 결과 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법무부 파견 직원을 통해 검토한 결과 올림픽을 후원하고 엠블럼 등을 활용해 (공기업의)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목적 외 사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후원을 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20여개 공기업을 만나 얘기해보니 후원 관련 관심사는 배임 등의 책임소재가 아니라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와 공기업 특성상 CEO가 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여건 등이었다"며 "기존의 통상적인 협력 범위를 넘어서는 후원금액 등에 대한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내각을 온전히 짜고 나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국가적인 의제로 논의할 때까지는 후원과 관련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업 후원의 어려움이 제기됐지만, 탄핵 정국에 이어 조기 대통령선거와 내각 구성, 공기업 사장 교체 등을 이유로 결정을 계속 미뤄온 만큼 분위기를 전환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새 정부 첫 국제행사 준비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