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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만원대 인상을 예고하자 의료계도 그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직원 수는 많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병·의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병원 인건비 통계 분석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중소병원과 의원급 개원가는 경영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영향권에 있는 것은 100병상 이상 규모의 중소병원들이다.
200~300병상 규모 중소병원들의 직원 수는 200명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30인 이상 규모로 정부가 약속한 지원대상인 영세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중 10%에 달하는 직원들이 현재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경비, 세탁업무 등을 맡고 있는 비의료 인력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병원들의 간호조무사 처우는 의원급 대비 낮게 나타나는 상황.이들의 임금인상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 지역 3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아직 통계 작업 중에 있지만 상황만 놓고봐도 망연자실한 상태"라면서 "국내 중소병원 종사자 수 50만명 중 10%만 해도 4만명이 넘는다. 일단 이들 인건비만 16%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병원장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는 이유는 임금 하위그룹 인상에 따른 도미노상승과 더불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인천 지역 400병상 규모 중소병원을 운영 중인 B원장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경우는 병원 근무시간이 긴 운전기사나 시설관리자들로 시간외 수당까지 가산하면 임금이 적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어찌저찌 버텨본다고 해도 최저임금이 1만원대까지 오를 내년, 내후년이 진짜 문제"라고 토로했다.
경기 지역 2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우리 병원은 1,2년차 간호조무사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170만~200만원 정도, 경력이 높은 이들은 250만원가량을 주고 있다"면서 "초년병 간호조무사 임금이 올라가면 높은 연차에서 불만이 나오 수 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임금인상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원 수가 적은만큼 영향 정도는 다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경영난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D원장은 "직원이 현재 4명인데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직원 수 1명을 줄이는 것을 고민 중"이라면서 "월급이 적지만 직원수가 많지 않다보니 직원이 50% 부담해야하는 4대보험료도 전부 사업장에서 내줬는데, 이 역시 직원 부담으로 돌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문제는 비용 상승을 만회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정부기관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의료기관 운영실태조사 결과 300병상미만 종합병원의 재무구조가 전체의료기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547개 국내 종합병원의 의료수익·의료이익률 평균은 2.3%인 반면 160∼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1.5%, 16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5.7%을 기록했다.
정부는 매년 협상을 통해 의료서비스 대가인 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마저도 인건비 상승과 물가인상률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내년도 의료수가는 병원급 1.7%, 의원급 3.1%씩 인상됐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률이 고려되지 않은 수가인상과 각종 규제 등으로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병원이 무너지면 의료체계가 붕괴돼 국민건강이 위협을 받는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도 최저임금제 상승으로 경영난 악화가 우려되자 정부에 적정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경영난으로 이어져 환자의 의료접근성 저해 및 국민건강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에 건강보험 적정수가 인상을 통해 방지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적정수가 인상뿐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세액감면 대상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의원급 기관을 포함되게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