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장외 채권거래 시스템 ‘K-본드’ 열어한국거래소, 공사채 플랫폼 준비로 맞불
  • ▲ 금융투자협회 K-Bond 메신저 창. ⓒ금융투자협회
    ▲ 금융투자협회 K-Bond 메신저 창.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가 온라인에서 장외 채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서 또 다시 경쟁구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장외 채권거래 서비스인 ‘프리본드’를 확대 개장한 ‘K-Bond(K-본드)’를 오픈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K-본드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메신저에서 호가를 제시하면 거래현황이 바로 공시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증권사 2850명, 운용사 670여명, 은행 600여명 등 각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 중이다.

    기존 프리본드에 비해 강화된 부분은 먼저 서버 용량 확장이다. 단일서버로 운영되던 프리본드를 다중화, 분산시스템으로 개선해 1만여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장외시장에서 체결된 모든 거래는 사후 투명성을 위해 15분 내에 협회에 보고된다. 이번 K-본드에서도 모든 거래내역을 ‘15분 체결정보’에서 열람할 수 있다.

    금투협 채권 부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장외 시장이 다소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호가를 제시하는 시스템이 없다”며 “메신저 대화방에서 주고받는 호가를 실시간으로 공시하고 있어 사전적 투명성이 어느 국가 못지 않게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채팅방은 공개방으로 700명까지 입장 가능하다”며 “누구나 입장 가능하며 호가를 내면 협상을 할 수 있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단,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결제는 K-본드에서 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남아 있다. 아직까지 결제는 예탁결제원의 동시결제(DVP)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이에 맞서 한국거래소도 채권신시장개발팀을 주축으로 공사채(공기업‧사기업 회사채)를 온라인 상에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아직 실제 개발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며 아이디어 단계인 상태로 현재 구체적인 시스템 체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외 채권 거래 시장이라는 점에서 금투협의 K-본드와 일부 중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발 일정 및 시스템 체계 등은 업계와 논의 중인 상황이라 미정”이라며 “추후 적절한 시기에 시스템 개요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와 금투협의 '거래시장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투협은 이달 중순 전문투자자 대상 장외주식 거래 시장인 ‘K-OTC 프로’를 개장,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거래소는 스타트업 장외시장인 ‘KSM(스타트업 마켓, KRX startup market)’을 열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 등의 상장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장외시장 거래 참여율이 높지 않은 데 비해 비슷비슷한 시장만 난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실제 KSM은 지난해 11월 개장 이후 올 4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날이 8일에 불과할 정도였다. 올 5월까지 실제 거래가 체결된 종목도 1개 종목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