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필라이트'와 롯데주류 '피츠 수퍼클리어(이하 피츠)'가 출시 이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의 주력 제품인 '하이트'의 자리는 그대로 지키며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한 반면 '피츠'는 '클라우드'의 자리를 뺏으며 우려했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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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7월까지 국산맥주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월별 순위. ⓒ대형마트A사
대형마트 A사가 집계한 3월부터 7월까지 매출 기준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 순위를 보면 지난 4월 25일 출시된 '필라이트'는 출시 직후인 5월 곧바로 5위에 진입한 이후 6월과 7월에는 3위 자리를 꿰찼다.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하이트'는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부동의 1,2위 자리를 지켰다.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성비' 콘셉트를 내세워 '하이트'와는 차별화 된 제품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가 일반 맥주 대비 40% 가량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매출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출시 이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6월 1일 출시된 '피츠'는 7월 4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성적을 냈지만 롯데주류의 주력 제품인 '클라우드'를 5위권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클라우드'는 3~6월까지 5위권 내 자리를 유지했지만 7월엔 6위로 밀려났다.
'피츠' 출시 당시, 업계에서는 '피츠가'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클라우드'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이종훈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는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맥주를 콘셉트로 고급 음식점과 호텔,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피츠 수퍼클리어는 대중적인 맥주를 콘셉트로 일반 음식점과 유흥채널 등 채널을 각각 분리해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략을 밝혔다.
'피츠'는 대중적인 맥주, '클라우드'는 고급 프리미엄 맥주로 콘셉트와 타깃이 때문에 '피츠' 출시가 '클라우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 매출 순위에서 '피츠'가 '클라우드'를 앞지르면서 롯데주류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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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편의점 국샌 맥주 브랜드 매출 기준 점유율 순위. ⓒA편의점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해 유행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편의점에서도 신제품의 반응은 뜨거웠다.
A편의점의 국산 맥주 브랜드 순위를 보면 '필라이트'는 5월 8위, 6월 4위, 7월엔 2위로 올라서며 '하이트'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피츠'는 6월 7위에서 7월 5위에 진입했으며 '클라우드'는 7월 5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는 다른 맥주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고 맥주가 아닌 발포주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하이트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츠는 가격대가 경쟁제품인 카스, 하이트와 같아 소비자 입장에서 큰 소구점을 갖지 못한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피츠는 타사 제품과의 경쟁은 물론 자사 제품인 클라우드와도 경쟁해야 되는 애매한 상황인 것 같다"며 "롯데주류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출시 100일을 맞은 '필라이트'는 7월 말 기준 총 120만 상자가 판매됐다. 약 3400만 캔(355ml캔 환산기준)을 판매한 것으로 1초에 4캔씩 판매된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부터 '필라이트' 월 생산량을 기존 30만에서 60만 상자로 늘렸다. 이 추세라면 연매출 1000억원은 거뜬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피츠'는 출시 첫달 매출액 6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주류는 빠르면 이번주부터 맥주 제 2공장을 가동하고 피츠 생산량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주류는 올해 클라우드 매출 900억원, 피츠 수퍼클리어는 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내년 맥주 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