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 한국지엠 vs '강경' 현대차... 車노조, 위기 속 행보 엇갈려

국내 완성차 노조들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사드 보복, 통상임금 등 전례없는 위기감에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관망하면서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곳도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사흘간 부분파업을 결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대화를 촉구하며 관망하는 태도로 살짝 바뀌는 분위기다. 기아차 노조도 통상임금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16일 쟁의위원회를 개최하고 17일과 18일, 21일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1조 근무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2조 근무자는 오후 8시 30분부터 각각 4시간 파업한다. 18일 파업도 17일과 동일하게 진행되며, 21일에는 1, 2조가 2시간씩 파업한다. 

파업 결정이 있기 전 현대차는 처음으로 노조에게 제시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호봉승급분(정기승급분 + 별도승급분 1호봉 = 4만2879원)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내용과 예년보다 대폭 축소된 200% + 100만원 성과금이 포함됐다.

이번 제시안은 상반기 중국시장 판매실적 악화 탓에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한 현대차가 내놓은 최선의 안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을 거절하며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23일 다시 쟁의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지엠 노조는 잇따른 위기설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과 글로벌 GM을 비롯한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거나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교섭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 사측은 의지를 가지고 언제든 요청해야 하며 그것만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을 가지고 성실히 교섭할 수 있는 신임사장이 하루빨리 변화된 안을 가지고 교섭장에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교섭은 투쟁을 전제로 하는 교섭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매번 장외투쟁에 나섰던 한국지엠 노조가 사측에 먼저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현재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마지막에 엄포한 것처럼 교섭이 원할히 진행되지 않으면 재차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날 한국지엠이 제임스 김 사장의 후임으로 카허 카젬 GM 인도 사장을 선임해, 향후 노사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 모두 파업모드에 들어가게 됨으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조도 파업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11일 전체 조합원 2322명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215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2090명이 찬성해 파업을 통과시켰다. 지난 8일 사업장을 관할하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중지를 신청한 르노삼성 노조는 내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국내 완성차 노조들이 파업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을 보이며 업계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등에 따라 판매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노조의 이같은 단체행동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노조들은 현재 업계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어려울 때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