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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불균형 대표 업종으로 자동차·철강을 지목, 두 업종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면 그동안 지켜온 무관세 원칙이 깨질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오는 22일 서울에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하고, FTA 개정 협상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무역 불균형 대표 업종으로 지적하고 나선 만큼, 향후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 FTA 이후 무관세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우려가 크다. 재협상이 된다면 무관세 원칙이 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TA 체결 이후 미국 수입차 물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미국 역시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2년 이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2.4% 증가한 반면 수입은 37.1% 늘었다.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미 양국 자동차 수출입 실적을 비교하면, FTA 효과를 누리고 있는 쪽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0.5% 감소한 반면 수입은 37% 증가했다. 업계는 이러한 근거를 앞세워 한미 FTA로 자동차산업에 수혜를 본 쪽은 오히려 미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억울함을 호소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FTA 득실을 무역 규모로 따질게 아니라 수출입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추세는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미국산 수입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조사들은 미국 현지 투자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 보고 FTA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동차와 달리 한미 FTA와 무관하게 무관세 원칙이 적용돼 온 철강업은 한결 나은 상황이다. 업계는 철강 무관세가 미국에만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미국 철강사들이 주장하는 산업용 전기료 문제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덤핑 등 관세 판정을 통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보조금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미국내 판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 철강 무관세는 두 국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에 개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면 그에 맞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 논란과 관련해서는 미국 철강사들 주장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산업용 전기료가 저렴해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 철강사들이 내세우는 논리일 뿐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며 "(국내 산업용 전기료를)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는 미국 판례가 있기에 미국 정부가 이를 걸고 넘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수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진행과정을 꼼꼼히 살펴 국내 산업계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