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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개에 이르는 은행권의 실적 평가방식이 직원은 물론 고객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은행권에 종사 중인 직원 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 이상이 핵심성과지표(이하 KPI)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향후 희망퇴직도 고려 중이라는 대답도 42%에 달했다.
결국 은행권의 과도한 실적 경쟁이 은행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는 얘기다.
실제 은행원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8시 이후가 응답자의 74%가 해당했다. 이는 근무시간 외에도 실적 달성을 위한 영업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본부 부서에서 이벤트라도 걸어오는 날에는 야근이 일상이 돼 버렸다.
최근 은행장들이 ‘야근 없는 환경, 저녁 있는 삶’을 열창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현장까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다.
KPI는 사실 은행 영업을 수치로 산정한 것으로 1년 동안 달성해야 할 경영 목표에 해당한다.
따라서 KPI만 보고도 경영진이 목표한 전략 방향이 무엇인지 직원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 대다수는 KPI 평가제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KPI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7%로 저조했다.
원인은 평가항복 수가 너무 많고 평가항목 내용과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다.
KPI를 직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금융상품을 제대로 판매하긴 만무하다. 즉, 금융소비자의 2차 피해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
‘고객의 이익보다 은행 KPI 실적 평가에 유리한 상품 판매한 경험이 있냐’란 질문에 응답자의 87%가 있었다고 답했다.
은행원은 실적 달성을 위해 가족, 친구, 지인 등에게 상품을 강매한 경험(75%)이 있었으며 평가 점수가 높은 상품을 우선 추천한 경험(59%)도 적지 않았다.
특히 본인 자금으로 자사 상품을 가입했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이렇게 가입된 금융상품은 방카, 투자상품(펀드‧펀드‧ELS‧ETF), ISA, 정책상품 등이다.
은행원 스스로도 현 KPI 평가제도가 공공성과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고 있다고 답한 결과도 18%에 달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