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속되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공장 4곳이 가동 중단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사드라는 정치적인 이슈와 함께 현대차 제품 경쟁력 약화까지 대두되고 있어,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만큼,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체 제품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중단됐던 현대자동차 중국공장 4곳이 지난 30일 가동을 재개했지만, 가동 중단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현대차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구조여서, 또 대금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현지 업체인 베이징기차(베이징자동차)가 50대 50 지분을 갖고 설립됐다. 때문에 대금 지급 등 사소한 문제도 현대차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이달 중순 189억원이라는 부품 대금 문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만 4조원이 넘는 현대차가 중국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현지 부품사들이 정치적인 갈등에 작은 문제에도 몽니를 부릴 수 있어, 현대차는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에서는 베이징현대 판매 실적이 악화되자 합작사인 베이징기차가 협력사들에게 30%에 가까운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 가동 중단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현대차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계 부품사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대금 지연을 참아내고 있지만, 현지 업체는 언제든 부품 납품을 거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판매 회복에 달려있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 판매 부진 이유가 사드 보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와 해결방안 모색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월 산업연구원(KIET)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자동차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일본차에 밀려 중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리, 바오준 등 중국 제조사들이 낮은 가격에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면서 경쟁력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시 말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 부진은 사드도 영향이 있지만 제품 경쟁력 약화도 한 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3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 사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다 같은 마음이다.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베이징현대)의 협력업체에 대한 20~30% 단가인하 요구는 과하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를 따라간 150개 이상의 협력업체들은 다 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