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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사업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당근'을 꺼내들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이하 국토부)는 임대사업자가 4년짜리로 등록한 임대주택을 중도에 8년짜리 장기임대로 전환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현재로써는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임대로 등록할 때 선택한 임대주택 유형을 중간에 변경할 수 없지만 오는 20일 시행령이 공포되면 중도변경이 가능하고, 장기임대로 변경하는 경우 종전 임대기간이 장기임대주택 의무기간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단기임대사업자가 장기임대로 전환할 경우 준공공임대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최소 25~100%까지 감면 받을 수 있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장기임대 전환과 미등록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숨은 임대사업자들을 제 발로 걸어나오게 할 만한 파격적인 조건
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팀장은 "앞서 8·2대책에서 임대주택사업 등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에서 나아간 게 없다"면서 "기존 법령의 세제 혜택을 바탕에 깔고 단기임대를 장기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등록을 하는 순간 임대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고 매달 내는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장기 전환은 기존 임대사업자들에게도, 임대사업자등록을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에게도 메리트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과거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돼야 많은 다주택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등록 임대주택사업자(건설·매입·준공공 총합)는 총 13만8230명이지만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은 법적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미등록 임대주택사업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임대사업하면서 임대주택 등록하는 사람은 10% 밖에 안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 팀장은 "이번 특별법 개정안 시행 이후 다주택자 중 제 발로 나와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면서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고 내야 하는 세금과 차후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 중 고르라면 일단 정권이 바뀔 때까지 집을 보유하고 있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소수의 다주택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제 여러채 집을 보유한 미등록 임대사업자들은 현재를 유지하고, 지방의 저렴한 주택 2~3채를 보유한 사람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선택하거나 집을 매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임대주택사업자 등록률을 높이는 방안은 두 가지로 축약된다. 임대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먼저 전자를 택했다. 하지만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되 저조할 경우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추가규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정책에 있어서 '규제정책'을 꾸준히 밀고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기와의 전쟁은 바람직하지만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왜곡되는 일이 없는 가운데 서민이 소외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