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SOC 예산 감소… 국내시장 전망 '암운''돌파구' 해외시장, 전향적 정부 지원책 있어야
  • ▲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국내 주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우려 확산과 SOC 예산축소 때문이다. 국내 두 축이 위기에 몰리면서 활로를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시점인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건설의 선두에 나서는 기업의 전략은 물론,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지난달보다 11.2p 하락한 74.2로, 2016년 1월 73.5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격탄은 8·2대책으로 풀이된다.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옥죄는 정책으로 후유증이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의욕이 꺾여버렸고, 이에 따른 거래량 감소는 기존 주택시장은 물론 신규 공급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청약자격 강화로 분양시장도 결국은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8·2대책으로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 주택전문건설사들은 영업실적 둔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사업물량을 확보해 둔 대기업 역시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조합 추가 분담금 문제가 불거지면 시공 마진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이 어려워지면 비주택 분야에서 손실을 메워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5.5% 줄인 18조7000억원으로 편성했고, 기획재정부마저 추가로 1조원을 줄였다.

    최근 대한건설협회는 국회 5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국토부 등 유관기관에 SOC 예산 축소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협회는 건의문을 통해 "SOC는 단순 토목공사가 아니라 또 다른 국민복지로 봐야 한다"며 "또 SOC 투자를 1조원 줄이면 1만4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3500억원의 민간소비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0.06%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해외건설시장 마저 녹록치 않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 동향을 보면 해외건설시장에서의 활로 모색이 간단치 않다. 2013년 어닝쇼크 이후 국내 건설기업들의 보수적인 수주전략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올 들어 14일까지 국내 건설기업이 신규수주한 공사건수는 모두 450건으로 지난해 385건보다 16.8% 증가했다. 계약액 기준으로는 184억달러에서 204억달러로 10.8% 늘어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해외건설 시장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수주 증가는 지난해 워낙 부진했던 탓에 발생한 '기저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282억달러로, 전년보다 39% 급감했다. 2006년 165억달러 이후 10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였다.

    특히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수주가 부진하다. 올 들어 중남미와 아프리카 수주액은 각각 2억4456만달러·2억7836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83.4%·52.4% 급락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신흥국들이 공사 발주를 줄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 계약은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재정수지 악화로 신흥국들이 발주를 축소하면 해외건설 수주 기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흐름도 수주 여건 측면에서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해 2월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가가 확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보니 중동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수주액의 단기적인 증감에 일희일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수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적인 표준계약서의 숙지를 통해 계약관리 역량을 제고하고, 해외 프로젝트의 대형화에 대응해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턴키 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획이나 기본설계 역량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이후 단독 수주 비중은 줄고 공동 수주, 특히 외국기업과의 공동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주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은 현지화를 통해 대응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차원의 보다 전향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있다.

    해건협 관계자는 "2~3년 단위의 단기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진출 상품과 시장, 형태, 기업에 따른 차별화를 추구하는 등 해외건설 지원정책 방향 전환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해외건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범정부 차원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민간-공공 파트너링을 통한 인프라 개발사업 지원을 위한 현지시장 특성별 네트워크 구축과 공공-민간 재원을 결합한 재무 모델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한계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자금은 마중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인프라와 주변 부동산을 패키지로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민간사업 금융이 개발금융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건설 B사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민관합동 투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범정부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공기업의 투자 독려, PF금융 지원, 유연한 외교적 대응, 해외 유망공종 육성 지원 등 해외 인프라 투자사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