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김준기,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 이후 회장서 물러나침체된 조직 분위기 추스리고, 사명 변경 마무리가 당면 과제
  • ▲ 동부그룹 2대 회장에 취임할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동부그룹
    ▲ 동부그룹 2대 회장에 취임할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동부그룹


    동부그룹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후 경영 정상화 길목에서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의 사퇴와 사명 변경 등 새로운 변곡점에 직면했다. 분위기 쇄신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조기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근영 신임 동부그룹 회장의 취임식이 이번주 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전 회장의 후임으로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1일 선임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2대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상무(43)가 아직 경영수업 중이기 때문에 당분간만 운영되는 과도기 체제라는 분석이 재계의 중론이다. 


    김 상무는 제조업 계열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동부의 지분 18.5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금융 계열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동부화재의 지분 9.0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영권 승계는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갑자기 터진 추문으로 아버지인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내부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김남호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 빨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경영수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 전 회장이 급하게 아들을 앞에 내세우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벌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배 구조 차원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한 이후 2015년부터 금융 부문에서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동부금융연구소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장녀 김주원씨는 결혼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남호 상무의 역할은 당분간 변함이 없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근영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갑자기 바통을 이어받은 이근영 신임 회장에게는 침체된 조직의 분위기 쇄신과 사명 변경이라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우선 그룹 오너의 비서 성추행 혐의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신뢰도에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실망감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치유하고 하루 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다독이고 추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대규모 조직 개편 같은 커다란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또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이던 사명 변경을 차질없이 마무리하는 것도 이근영 회장의 중요한 과제다.


    동부의 상표권 소유자였던 동부건설이 사모펀드인 키스톤PE에 매각되면서 수백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할 처지가 됐다. 그동안 동부그룹 계열사는 동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엄청난 부담이 생긴 것이다.


    결국 김 전 회장은 동부라는 상표권을 포기하고, 'DB'로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대내외적으로 'DB'라는 사명을 빨리 알리고 인지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룹 이미지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너 리스크가 발생해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사명 변경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동부그룹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11월 초를 목표로 사명 변경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10월 중으로 각 계열사들이 임시주총을 통해 사명 변경 안건을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 7월 말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고, 아직까지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간과 신장 등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2015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건강이 나빠졌다는 후문이다. 동부그룹은 동부건설을 비롯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