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소유 동부건설, 사모펀드에 넘어가 분쟁 가능성 있어 고민 끝에 연내 변경 추진, 복수 시안 중 선택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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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연내 ‘동부’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사명 변경 작업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돼 왔다. 당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명 변경 관련 아이디어를 취합해 왔다.
그룹은 장고 끝에 복수의 이름을 후보군으로 선정했으며 이 중 다시 임직원들의 의견을 물어 최종적으로 새로운 이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 이후 기업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연내 그룹과 계열사 이름 변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복수의 명칭을 놓고 고민 중이며 변경이 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동부그룹 계열사는 동부화재, 동부하이텍, 동부라이텍, (주)동부, 동부증권 등 상장 5개사와 비상장 19개사로 구성돼 있다. 동부그룹 측은 사명 변경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그룹이 사명 변경에 나선 이유는 동부건설 매각 때문이다. ‘동부’의 상표권 원 소유자는 동부건설인데 그룹이 지난해 상표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을 사모펀드인 키스톤PE에 매각하면서 상표권 정립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2014년 동부건설의 유동성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2015년 10월에 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동부건설을 팔고난 뒤 브랜드사용료를 주거나 사명을 변경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동부그룹이 사명을 변경해도 동부건설과의 상표권 정리 문제는 남아있다. 동부건설이 동부그룹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동부건설은 현재 국세청에 조세채권 변제를 통해 납부한 법인세 등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5년 5월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와 벌금 414억원을 부과 받았고 회생 절차 진행 과정에서 M&A 인수자금으로 조세채권을 변제한 상태다.
그동안 동부그룹 계열사는 동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 동부그룹을 대표해 동부건설이 상표권을 출원해 공동 소유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부건설이 사모펀드 품으로 들어가면서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 결과가 구상권 청구 등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동부건설에서 매각된 이후 브랜드 사용료를 그룹 계열사에 청구할 경우 그룹 측에서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상표소유권을 가진 동부건설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이 사명을 변경해도 비용 청구가 가능하며 동부그룹이 사명을 유지하는 경우엔 브랜드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국세청과의 소송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며 연말에 결과가 나온 뒤 브랜드 사용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며 “사명을 변경할지 여부는 동부그룹이 선택할 사안인데 현재까지는 동부그룹이 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