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청실명제 '유명무실'… 산자위 등 무더기 소환정무위 '증인-참고인' 54명 중 29명 기업인최운열 의원 "법적 처리로 충분…기업인 소환 최소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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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또다시 '기업 국감'으로 재현될 조짐이다.국정감사는 지난 1년 간 정부와 공공기관의 업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증인'으로 소환되는 기업인의 숫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올해부터 국감증인실명제가 도입도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막기로 했으나 큰 기류는 변함이 없다. 기업인 호출이 잦은 국회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등은 국감장에 나설 증인을 확정했다.◇ 삼성·현대차·네이버 기업인 줄소환정무위는 지난 28일 여야 합의를 통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장동현 SK 사장,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 국정감사에 이로써 출석하게된 증인 및 참고인은 총 54명으로 이들 중 29명이 기업인이다.이해진 전 의장과 관련해서는 네이버의 대기업집단 지정 논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달 3일 네이버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57개 기업집단에 포함하고, 이 전 의장을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로 지정했다.정무위의 경우, 여야가 애초에 증인 및 참고인 신청 명단을 취합한 경우 100여명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기류가 반영돼 숫자를 줄였다는 것이다.산업통상자원종소벤처기업위원회도 기업인 소환이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은 대기업과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 문제됐고,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는 군산 바이오발전소 입찰과정 의혹 때문에 명단에 오르게 됐다.이밖에도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나지용 두산중공업 부회장, 윤동중 포스코에너지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김연철 한화 기계부문 대표 등이다. 지난해 국감장에 출석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제외됐다.환경노동위원회는 기업인 증인 15명이 출석한다.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부사장 등이 소환해 직원 과로, 야간근로 문제 등에 관한 개선책 들을 따져물을 전망이다.◇ 증인실명제 무용지물…與 최운열 의원 "국감대상은 정부"국회는 올해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어느 의원이, 무슨 이유로, 누구를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하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무위는 11명의 기업인 증인을 불렀으나 새 제도가 도입된 올해에는 오히려 증인 숫자가 29명으로 늘었다.특히 증인실명제를 역이용해 홍보효과를 노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야 합의 전까지는 증인신청이 확정되지 않음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각각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기업을 공개하기도 했다.새 제도 도입에도 기업인 증인 채택이 줄을 잇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증인으로 최소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 의원은 "국감 대상 기관은 정부와 공공기관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으나 매년 증인 채택 시기가 오면 혼란스럽다"면서 "민간기업에 문제가 있으면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정부를 질책하고,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법적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