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서비스, 무인 키오스크·앱이 대체고객 상담·R&D 영역까지 기술 접목해 사업화"편의성·효율화·저비용 장점, 고용 감소는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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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자동화 바람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람이 없는 무인 편의점이 등장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 인공지능(AI)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자동화 기기 및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가 일손을 거들고 있다. 사람 대신 기계가 들어서기 시작한 유통업계의 분위기와 앞으로 이같은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보수적인 식음료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서비스를 중시하는 식음료 매장에 직원 대신 무인 키오스크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이 연구·개발(R&D) 영역에 뛰어들어 신제품을 만드는가 하면 고객 상담도 '챗봇'이 대신하는 등 푸드테크(food+technology)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업계는 최근 무인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점원이 고객과 대면해 주문과 결제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국 1300여개 매장 중 460개 매장에 무인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카운터에서는 현금 주문만 가능하고 이외의 주문은 무인POS에서 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최근에는 모바일 예약 픽업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리아 모바일 홈서비스 앱 이용자의 GPS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매장 또는 원하는 매장을 선택해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들은 대기 시간 없이 제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접수 여부, 주문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맥도날드는 '미래형 매장(Experience of the Future)' 확대에 주력하면서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해 메뉴 선택부터 주문, 결제까지 모두 가능하도록 운영 매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아워홈은 급식업장에서 종이식권 대신 전자지갑 서비스를 전국 급식업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서울 메리츠타워강남점, 아워홈빌딩점 등 6개 매장에 도입 돼 있고 앞으로 전국 급식업장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 전자지갑'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원증, 회사 식대 충전금, 아워홈 통합 멤버십 'A1' 포인트 등을 한데 모아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들은 종이식권을 사거나 식대 충전을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며 아워홈은 전자지갑 도입으로 연 3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타코벨과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캘리스코도 신규 매장에 무인주문 키오스크를 설치해 주문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외식 브랜드인 빕스∙계절밥상∙더플레이스에서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예약을 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예약한 시간에 바로 입장할 수 있어 고객 사이에서 호응이 좋다.
스타벅스는 앱을 활용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지난 2014년 전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제조음료는 물론 푸드와 병음료, 원두도 구매할 수 있으며 드라이브 스루 이용 고객은 메뉴 수령 방식을 매장 안과 차량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도 있다. 사이렌오더는 론칭 초기 하루 평균 2000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2017년 들어서는 약 4만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만 3년만에 20배 이상 사용 건수가 늘었다.
까다로운 고객 상담도 사람이 아닌 IT 기술이 대신하고 있다.
풀무원은 '챗봇'을 적용한 카카오톡 기반의 24시간 모바일 고객센터 '풀무원 고객기쁨센터'를 오픈했다. 기존 '챗봇'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타쇼핑몰은 주문, 취소 같은 단순 기능밖에 없지만 풀무원 '챗봇' 모바일 고객센터는 고객의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 대해 바로 답변이 가능하다. 과거 고객 상담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유형별로 분석해 고객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챗봇'에 적용했기 때문.
풀무원 측은 "기존 고객 문의 중 약 73%에 달했던 주문 조회 및 변경, 배송 문의와 같은 단순 문의를 챗봇이 실시간 응대해 업무 편의성 및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건강상담, 제품 추천 등 상담원과의 직접 통화가 필요한 고객에게 더욱 세심한 응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오는 2019년까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원F&B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동원몰'은 AI 채팅 프로그램 챗봇을 활용한 '푸디(Foody)'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결제나 배송, 교환, 회원 서비스 등에 대한 문의사항이 생기면 '푸디'에게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다. 푸디는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용자 질문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해준다.
도미노피자는 챗봇 '도미챗(DomiChat)'을 도입했다. '도미챗은' 웹 기반 채팅 서비스 '네이버 톡톡'을 통해 제품 선택, 주문방법 선택, 수령지 선택, 주문확인 및 결정 등 4단계로 주문할 수 있다.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PC와 모바일에서 도미노피자를 이용할 수 있다. 'SKT 누구'를 통한 음성 주문도 가능하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R&D 분야에서도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롯데제과는 AI가 분석한 소비자 트렌드를 토대로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AI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소재, 식감 등의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는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후 롯데제과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이용해 8만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식품 관련 사이트에 게재된 1000만여 개의 소비자 반응 및 각종 SNS 채널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노출 빈도, 관련성 등 각 항목별로 분석해 식품, 과자, 초콜릿 등의 카테고리별로 현재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은 소재와 맛을 도출해냈다. 이를 활용해 롯데제과는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를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향후 AI 적용 소비자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IT 기술은 고객들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며 "프랜차이즈나 외식업체의 경우도 무인 주문 시스템이 일반화 되면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연구나 마케팅 등 다른 부분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자리를 기술과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고용 감소는 역기능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가운데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대면 서비스나 상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획하는 일까지 첨단 기술이 대체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과거 공장 자동화로 공장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처럼 이제는 서비스직군도 새로운 기술에 밀려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대신하는 최근의 기술 진보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 노력이나 고용 안정 정책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고용 현황의 지표로 삼기보다 이러한 인력에 대한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훈련이나 직업 교육 등을 구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과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