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편의점, AI·셀프계산대 도입 '확산'기계가 주문받고 인공지능으로 연구·개발… 식음료 시장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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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자동화 바람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람이 없는 무인 편의점이 등장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 인공지능(AI)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자동화 기기 및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가 일손을 거들고 있다. 사람 대신 기계가 들어서기 시작한 유통업계의 분위기와 앞으로 이같은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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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모델들이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는 모습. ⓒ이기륭 기자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유통업계에는 기존 사람이 해왔던 영역에 자동화 기기 및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스마트픽'과 '챗봇'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판매원이나 전화상담원 대신 자동화 설비가 확산하고 있다. 편의점은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를 필두로 무인편의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 백화점, 기초 업무에 사람이 없어진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옴니채널' 활성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즉 기존까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판매원의 설명을 통해 전달받았던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긴 형태다.
롯데백화점은 분당점 식품매장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스마트쇼퍼'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이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지정된 단말기를 들고 구매하고 싶은 상품 바코드를 찍는 쇼핑 방법이다.
고객이 찍은 바코드 내역 상품은 추후 집으로 배송해준다.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무겁게 물건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신세계백화점은 O2O서비스(온라인 to 오프라인)인 '매직픽업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고객이 SSG 닷컴에서 백화점 판매상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신세계 전 점의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다.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점과 사이즈와 색상 교환 및 반품, 수선 서비스가 편리한 오프라인 구매의 장점을 합친 서비스다.
이러한 양사의 신규 서비스에는 기초적으로 상품을 설명하는 직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 문의 및 주문 배송 상담은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봇'이 대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채팅형 챗봇인 '헤이봇'을 도입해 고객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챗봇이 '구매', '반품' 등을 선택해서 정해진 답변을 주는 방식이라면 '헤이봇'은 "안녕 세라"와 같은 인사부터 "구매 내역을 알려줘", "상품 배송 현황을 알려줘" 등 문장으로 채팅이 가능하다.
여기에 '헤이봇'은 고객들이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축적된 DB안에서 답변을 찾는 진화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현재 5000여개의 키워드를 등록해 5만개의 답변이 가능하다. 앞으로 4배 이상의 답변이 가능하도록 상향될 예정이다. 기존 상담 안내원이 해왔던 업무를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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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24에 설치된 셀프계산대. ⓒ진범용 기자
◇ 무인편의점 전성시대 '임박'… 세븐일레븐·이마트24, 시장 선도
편의점업계에서는 사람이 없는 무인편의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했으며, 이마트24는 6월 중순부터 4곳에서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경우 기본적인 고객의 점포 출입부터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에서 통제된다. 최초 핸드페이 정보 등록을 거친 고객에 한해 출입 권한이 자동 부여되기 때문에 사전 승인 절차 없인 점포 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계산 역시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무인 계산대를 통해 이뤄진다.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상품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360도 전 방향 스캔을 통해 인식한다.
스스로 학습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일부 적용돼 상품 스캔 완료 후엔 사전 등록한 핸드페이 정맥 인증 절차를 통해 간편하게 연계된 신용카드(롯데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어 계산원이 별도로 없어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마트24에서 운영하는 무인편의점의 경우 전주교대점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며, 성수백영점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장안메트로점은 오전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무인으로 운영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달리 매장에 실제 사람이 한 명도 있지 않기 때문에 주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담배의 경우 조선호텔점은 자판기를 통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성수백영점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시간에는 판매하지 않고 나머지 두 곳은 담배를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은 셀프계산대를 통해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난 우려가 있어 현재 오피스 내에 있는 지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으로 백화점과 편의점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시스템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선거 공략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이 현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자동화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파트타임매니저(아르바이트)가 필요 없어져 일자리가 감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략으로 내세운 현 정부 정책을 피하기 위해 무인편의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 및 인공지능 서비스 발전 등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뿐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다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무인화 장비를 원하는 수요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가 보급되면 단순 노동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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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리아 무인 키오스크. ⓒ롯데리아
◇ 기계가 주문받고 인공지능으로 연구·개발… 식음료 시장이 변한다보수적으로 알려진 식음료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서비스를 중시하는 식음료 매장에 직원 대신 무인 키오스크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이 연구·개발(R&D) 영역에 뛰어들어 신제품을 만드는가 하면 고객 상담도 '챗봇'이 대신하는 등 푸드테크(food+technology)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외식업계는 최근 무인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점원이 고객과 대면해 주문과 결제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국 1300여개 매장 중 460개 매장에 무인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카운터에서는 현금 주문만 가능하고 이외의 주문은 무인POS에서 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최근에는 모바일 예약 픽업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리아 모바일 홈서비스 앱 이용자의 GPS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매장 또는 원하는 매장을 선택해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들은 대기 시간 없이 제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접수 여부, 주문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맥도날드는 '미래형 매장(Experience of the Future)' 확대에 주력하면서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해 메뉴 선택부터 주문, 결제까지 모두 가능하도록 운영 매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아워홈은 급식업장에서 종이식권 대신 전자지갑 서비스를 전국 급식업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서울 메리츠타워강남점, 아워홈빌딩점 등 6개 매장에 도입 돼 있고 앞으로 전국 급식업장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 전자지갑'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원증, 회사 식대 충전금, 아워홈 통합 멤버십 'A1' 포인트 등을 한데 모아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들은 종이식권을 사거나 식대 충전을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며 아워홈은 전자지갑 도입으로 연 3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타코벨과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캘리스코도 신규 매장에 무인주문 키오스크를 설치해 주문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외식 브랜드인 빕스∙계절밥상∙더플레이스에서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예약을 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예약한 시간에 바로 입장할 수 있어 고객 사이에서 호응이 좋다.
스타벅스는 앱을 활용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지난 2014년 전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제조음료는 물론 푸드와 병음료, 원두도 구매할 수 있으며 드라이브 스루 이용 고객은 메뉴 수령 방식을 매장 안과 차량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도 있다. 사이렌오더는 론칭 초기 하루 평균 2000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2017년 들어서는 약 4만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만 3년만에 20배 이상 사용 건수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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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원 '챗봇' 모바일 고객센터 오픈. ⓒ풀무원
까다로운 고객 상담도 사람이 아닌 IT 기술이 대신하고 있다.
풀무원은 '챗봇'을 적용한 카카오톡 기반의 24시간 모바일 고객센터 '풀무원 고객기쁨센터'를 오픈했다. 기존 '챗봇'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타쇼핑몰은 주문, 취소 같은 단순 기능밖에 없지만 풀무원 '챗봇' 모바일 고객센터는 고객의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 대해 바로 답변이 가능하다. 과거 고객 상담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유형별로 분석해 고객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챗봇'에 적용했기 때문.
풀무원 측은 "기존 고객 문의 중 약 73%에 달했던 주문 조회 및 변경, 배송 문의와 같은 단순 문의를 챗봇이 실시간 응대해 업무 편의성 및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건강상담, 제품 추천 등 상담원과의 직접 통화가 필요한 고객에게 더욱 세심한 응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오는 2019년까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원F&B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동원몰'은 AI 채팅 프로그램 챗봇을 활용한 '푸디(Foody)'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결제나 배송, 교환, 회원 서비스 등에 대한 문의사항이 생기면 '푸디'에게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다. 푸디는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용자 질문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해준다.
도미노피자는 챗봇 '도미챗(DomiChat)'을 도입했다. '도미챗은' 웹 기반 채팅 서비스 '네이버 톡톡'을 통해 제품 선택, 주문방법 선택, 수령지 선택, 주문확인 및 결정 등 4단계로 주문할 수 있다.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PC와 모바일에서 도미노피자를 이용할 수 있다. 'SKT 누구'를 통한 음성 주문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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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개발한 과자 신제품 2종. ⓒ롯데제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R&D 분야에서도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롯데제과는 AI가 분석한 소비자 트렌드를 토대로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AI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소재, 식감 등의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는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후 롯데제과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이용해 8만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식품 관련 사이트에 게재된 1000만여 개의 소비자 반응 및 각종 SNS 채널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노출 빈도, 관련성 등 각 항목별로 분석해 식품, 과자, 초콜릿 등의 카테고리별로 현재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은 소재와 맛을 도출해냈다. 이를 활용해 롯데제과는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를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향후 AI 적용 소비자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IT 기술은 고객들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며 "프랜차이즈나 외식업체의 경우도 무인 주문 시스템이 일반화 되면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연구나 마케팅 등 다른 부분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자리를 기술과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고용 감소는 역기능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가운데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대면 서비스나 상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획하는 일까지 첨단 기술이 대체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과거 공장 자동화로 공장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처럼 이제는 서비스직군도 새로운 기술에 밀려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대신하는 최근의 기술 진보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 노력이나 고용 안정 정책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고용 현황의 지표로 삼기보다 이러한 인력에 대한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훈련이나 직업 교육 등을 구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과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