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세탁기 공청회… "삼성-LG, 美 '소비자-유통업계' 피해 한목소리"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공청회에서 우리 정부와 업계가 월풀의 주장에 한 목소리로 반발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서도 주지사, 장관 등이 세이프가드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지원에 나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수입산 세탁기로 인한 자국 산업 피해 구제조치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현지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는 결론에 따라, 월풀 등 자국 가전업체의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 등의 구제조치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게을리하는 미국 기업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적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결국 미국 소비자와 유통업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존 헤링턴 부사장은 "플렉스 워시 등 삼성의 혁신제품은 월풀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며 "미국 업계가 피해를 입지도 않은 혁신 제품군까지 세이프가드 조치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삼성과 LG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단순 조립공장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부품에 대해서도 3년간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월풀의 주장도 반박했다.

삼성 측은 배포자료를 통해 "세이프가드 조치로 완제품은 물론 부품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삼성의 미국 가전공장 투자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경제 및 고용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전자는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세탁기 공장이 미국 세탁기 산업의 기반을 보다 강화시키기 때문에 LG전자도 현지 생산자로 봐야 하며, 이에 따라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세이프가드로 인해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이 약해진다면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이 지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현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희상 외교부 심의관은 "월풀이 주장하는 50%의 고율 관세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한해 구제조치를 채택하도록 한 WTO(세계무역기구)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김 심의관은 "만약 구제조치로서 저율관세할당 조치를 하고자 한다면 국가별 물량이 아니라 글로벌 물량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이 방식이 훨씬 더 예측 가능하고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선 미국 주정부의 우려도 잇따라 제기됐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나는 공정한 무역을 옹호하지만 이번 건은 세이프가드 대상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일인 데다 삼성에 어떠한 형태의 무역 제한을 가하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뉴베리 카운티에 공장을 지어 국내 기업이 되는 삼성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뉴베리 카운티가 지역구인 랄프 노만 연방 하원의원, 밥 롤프 테네시주 상공부 장관 등도 참석해 세이프가드 반대 진술에 나서며 삼성과 LG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내년 초부터 가전 공장을 가동한다. LG전자 역시 테네시주에서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세탁기 공장을 오는 2019년부터 가동한다. 

반면 월풀은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대해 3년에 걸쳐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부품에 대해서는 수입쿼터를 추가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조 리오티니 월풀 사장은 "우리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효과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며 "삼성과 LG는 미국 무역법의 허점을 찔렀으며 앞으로 새로운 속임수를 찾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ITC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21일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표결을 통해 판정, 오는 12월 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구제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종 결정할 경우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