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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서명을 확대하는 한편 고객들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
◆종이 대신 태블릿으로…다시 부는 ‘페이퍼리스’ 전략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창구 내 태블릿PC를 설치한 디지털창구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등 185개 영업점에 디지털 영업점을 도입, 전자서식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예‧적금 등 금융상품 18종,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입회신청서 작성, 개인형 IRP 가입 등이 가능하다.
여신상품 역시 간편심사를 통해 대출가능여부, 대출한도, 금리안내 등 영업점과 동일한 수준의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선 인근 영업점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NH태블릿브랜치’를 가동한다.
국민은행도 연내 전국 50여개 지점에서 디지털 창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운영 결과를 본 뒤 내년에는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객이 금융거래 시 작성하는 수많은 서류를 디지털화 해 고객 입장에서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 중복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한 번만 서명하면 되록 고객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담영역까지 태블릿PC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태블릿PC를 통해 성별, 연령대, 거주지, 직업 등 정보를 입력하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금융생활 관련 분석 자료가 화면에 나타난다.
태블릿을 이용한 은행 창구는 지난 2년 전부터 시범 도입돼 왔다.
고객이 작성해야 하는 종이서류를 줄일 수 있고 직원들 역시 서류정리, 발송 등 업무를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업무에 활용할 경우 5년 간 약 100억원 이상의 종이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에서 커피향이!”…고객이 머무는 장소로 탈바꿈
은행 점포의 또 다른 변화는 다른 업종과 함께 공간을 사용하는 ‘숍 인 숍(shop in shop)’ 전략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역삼금융센터 내 ‘디 초코릿 커피 앤드’ 카페를 입점시켰다.
커피숍을 선택한 이유는 고객들이 은행 지점에서 단순 금융서비스 외 만남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해 주길 바래서다.
앞서 우리은행도 서울 동부이촌동 지점에 ‘폴바셋’과 함께 점포 공간을 이용 중이다. 그 결과 내방 고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지역 사랑방으로 입소문이 났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성공 기세를 몰아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콜라보레이션 2호섬인 ‘베이커리 인 브랜치’도 선보였다.
KEB하나은행은 서교동지점을 개방형 문화공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 점포에서 공연, 전시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고객 발길을 유도하겠단 전략이다.
은행들의 점포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매년 100여개 이상의 점포를 줄여왔다. 고객들의 방문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고령층, 장애인 등을 위한 금융서비스 외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의 공공성을 면밀히 따져 점포 폐쇄를 신중히 점검하겠단 뜻도 밝혔다.
결국 점포폐쇄에서 활용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주요 6개 은행이 보유한 자가점포는 약 1500개 정도다. 농협은행이 가장 많은 420개 점포를, KEB하나은행 260개, 국민은행 250개, 신한은행 234개, 우리은행 215개, 기업은행 197개를 보유 중이다.
인력 감소 등으로 지점 내 인력이 15명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 업무 외 여유 공간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를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이상 앞으로 여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카페 외에도 무인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과 공간을 함께 사용해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고객방문도 늘릴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