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강화하던 증권가, 현재는 자본건전성 충족 고심초대형IB 인가도 기약없이 연기…안갯속 정책방향 예의주시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지난 2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바라보는 증권업계는 속이 탄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계부채 종합대책, 부동산 대책 등 선굵은 이슈를 큰 잡음없이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증권업계에 대해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에서 촉발된 증권사의 '대주주적격성'과 '자본건전성'을 이슈로 꺼내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려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통 관료 출신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금융투자업계는 혼란을 맞고 있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로 줄곧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금융소비자들의 과도한 빚 제한, 금융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해왔다.


    이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의 정책은 모험자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증권업계의 행보와는 상반된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다시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당장 초대형IB 인가는 최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초대형IB 전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업계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던 금융위는 하반기 들어 스탠스가 달라졌다.


    당국은 당초 초대형IB에 대한 지정과 인가가 10월 중 결정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석연찮은 이유와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현재는 연내 인가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내달 1일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의 신규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이 빠지면서 또 다시 다음 증선위 안건상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달 이후로 증선위가 해당 안건 상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의혹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최 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초대형 IB 인가 심사 시 증권사 대주주의 적격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함께 보겠다"는 발언과 함께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의 "초대형 IB 신용공여는 업권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발언을 유추해보면 증권업계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은행 수준의 자본규제 강화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발행어음 업무를 위해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하고 유상증자 등을 단행하며 자본확충에 힘써온 증권사들은 의지가 꺾이고 있다.


    초대형IB를 준비해온 증권사 뿐 아니라 혁신성장, 기업금융 기능 강화,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준비해온 증권사들 역시 당국의 방향전환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는 특히 지난 23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발표한 모험자본 공급을 자본시장이 주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회사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핵심과제'와 금융투자업계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현재 금융위원회의 방향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다만 취임 직후 최 위원장이 "금융도 충분히 높은 부가가치 산출할 수 있도록 독자적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발언이 아직 유효한 만큼 시간을 두고 당국의 기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행정의 투명성·책임성, 인허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금융권 영업관행 개선 등 4개 주제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담아 12월 최 위원장에게 제출할 최종 권고안이 증권업계 방향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