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대교체'… "체질개선 '후폭풍' 계열사 확대"

삼성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 3개 사업부문 최고경영자 교체를 하루 만에 단행하면서 체질개선 후폭풍은 전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재용식 뉴삼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3대 핵심 사업을 책임질 부문장 교체를 단행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부문장에는 김기남 사장이, CE(소비자 가전)부문장에는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장이, IM(IT·모바일) 부문장에는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번 부문장 인사는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신종균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됐다.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해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신임 부문장들이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이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각각 반도체사업총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무선사업부장 등으로 근무했던 만큼 사업 진행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권 부회장을 이을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배치하면서 경영 안정화에 집중했다.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이사회 의장 발탁에 대해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계열사 기능 재편과 인적 구성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이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완성할 적임자라는 사실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기소와 미전실이 해체된 후 삼성은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자·물산·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략과 인사를 총괄하는 조직을 소그룹으로 만드는 작업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장은 어려운 지주사 전환을 대체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최선의 경영전략으로 평가된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계열사의 이사회를 강화해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로 시작된 세대교체 및 책임경영 체제는 사장급 인사와 함께 전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쇄신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경영 안정화에 집중해 능동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부재가 계속되는 만큼 파격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신임 부문장이 사업부장들로 채워진 것처럼 세대교체의 중심에는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검증된 인물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예고됨에 따라 삼성의 체질개선 전략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창립 48주년 기념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30주기 등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전 추진해 왔던 뉴삼성의 모습 역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 시작된 세대교체는 다른 의미의 '신경영선언'으로 삼성 계열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안정화와 개편 작업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직개편의 밑그림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