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이어 배터리 업체도 불안SKIET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부정적'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도 등급전망 하향차입금 늘고 현금창출력 약화…'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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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차전지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다. 재무건전성 판단지표가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방아쇠) 기준을 이미 벗어난 상황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될 시 신용도 강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이차전지 업계에 연쇄 경고등이 울렸다.한기평은 SKIET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은 ‘A’, 에코프로는 ‘A-’를 각각 유지했다. 그러나 ▲전방 수요둔화에 따른 매출 급감 및 대규모 영업적자 기록 ▲업계 전반의 부정적 수급 상황 지속에 따른 영업실적 개선 여력 축소 ▲과중한 투자자금 소요에 차입 부담 확대 ▲저조한 현금흐름과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인 점 등을 이유로 등급전망을 일제히 내렸다.한기평은 “주요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셀 탑재량이 적은 HEV(PHEV)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변경했고, 친환경 정책후퇴를 주요 공약으로 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핵심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주요 지역 공장 가동 상황 및 글로벌 판매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새해에도 전기차 수요 부진 장기화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 등 이차전지 업계에 악재가 산재해 있다. 배터리 기업의 재무 상황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으로, 4분기 부진한 실적발표 이후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우선 SKIET의 신용등급 하향 기준은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거래) 고정거래 기반 약화 등 사업안정성 저하 ▲신규 수주 부진, 투자성과 발현 장기 지연 ▲순차입금/EBITDA(상각전 영업이익)>7 등이다.이 가운데 정량적 평가지표인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차입금이 몇 배 정도인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기업이 순차입금을 줄일 만한 충분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SKIET의 순차입금/EBITDA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1배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순차입금/EBITDA는 2022년 4.7배, 2023년 4.6배 등을 기록하다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신평사들의 등급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란 의미다.에코프로의 신용등급 하향 기준은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3.5 ▲연결기준 부채비율>200 등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32.2%로 여유가 있지만, 순차입금/EBITDA의 경우 –40.3로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은 ▲순차입금/EBITDA>3.5 ▲부채비율>200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7%를 기록 중이며, 순차입금/EBITDA는 24.4배로 하향 기준을 충족했다. 이 회사의 순차입금/EBITDA는 2023년 5.3배에서 지난해 급증했다.한편 지난해에는 석유화학기업의 신용등급이 줄강등됐다. 석유화학 산업 불황의 장기화 속 실적 부진과 재무제표 악화가 겹친 여파다. 무디스는 LG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고, 한화토탈에너지스 신용등급은 ‘Baa1’에서 ‘Baa2’로 내렸다. 국내 신평사들은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