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월 하순부터 점차 줄어들 듯"코로나19 제외 타 감염병 면역력 떨어진 상태 폭발적 유행으로 중증 환자 발생 … 의료진 공백에 대응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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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인플루엔자)이 지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환자 수는 정점을 찍은 상태이며 이대로 약 2주가량 더 유지되다가 설 명절을 지나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문제는 환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뇌염, 심근염 등 중증 합병증 발생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불안정한 의료체계에서 중환자 대응 능력이 얼마나 있을지가 관건이다. 

    8일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독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의심 환자는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2∼28일) 73.9명으로 직전 주 31.3명보다 약 2.4배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 전문가는 현재 독감 유행은 정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을 내렸다. 향후 2주정도 이 규모를 유지하다가 유행파가 꺾이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독감 감시체계 데이터를 평가해보면 현재 정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몇 주간은 이 추세를 유지하는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독감은 모든 감염자를 보고하는 감염병이 아니어서 명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12월 중순에서 1월까지 A형 독감의 유행이 있고 봄 진입 직전에 작은 규모의 B형 독감의 유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독감 등 감염병의 계절성이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제외한 감염병에 대한 인구집단의 면역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4년간 다른 감염병의 유행이 적었기 때문에 올해 이후 몇 년 동안은 감염의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13~18세에서 유행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방학 시즌이므로 더 큰 규모의 확산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위원은 "당분간 정점의 규모가 유지되는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며 정 교수와 동일한 분석을 내놨다. 

    다만 그는 "독감이 한풀 꺾이면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조기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독감 합병증 대처 능력 '빨간불' 

    독감이 정점을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일선 병원에서는 뇌염, 심근염 등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대처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 입원이 아닌 중환자실서 대응해야 하는 독감 환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뇌염으로 번져 중환자 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 유행이 급격히 퍼진 탓으로 환자 수 자체가 늘어나니 이에 비례해 합병증 발생도 증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주요 병원 곳곳에서 독감에 걸린 소아청소년들의 뇌염, 심근염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적절한 중환자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의정 갈등 여파로 의료인력 공백이 있어 의료체계는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엄 교수는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이 부족하니 감염병 대처 능력도 떨어진 상태"라며 "이대로 중증 환자 발생이 이어지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과거와 달라진 의료개혁 과도기에 접어든 시점으로 개인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예방접종에 참여해 중증 이환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론이다. 일선 의료진들은 방역당국 차원에서 원활한 치료제 공급, 감염병 관리체계 형성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