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 시장 2년새 10배 이상 성장
"앞자리 번호 두고 경쟁 펼쳐질 경우 치킨게임 시작될 수도"

  • ▲ K쇼핑, 대화형 커머스. ⓒKTH
    ▲ K쇼핑, 대화형 커머스. ⓒKTH


    TV홈쇼핑이 정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T커머스 시장이 급성장을 이어가면서 관련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VOD 서비스 및 모바일 확대의 영향으로 TV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TV홈쇼핑의 매출은 정체기를 걷고 있다. 반면 T커머스 영향으로 전반적인 실적은 탄력을 받고 있어 TV홈쇼핑과 T커머스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될 분위기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는 부분에서는 TV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생방송 위주로 방송을 송출하는 TV홈쇼핑과 달리 녹화 방송으로 대부분 송출된다. 특정 솔루션이나 TV 리모컨을 통해 상품 정보 및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 2분기 홈쇼핑업계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T커머스를 통한 취급고가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

    CJ오쇼핑의 경우 홈쇼핑부문 취급고 매출(개별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증가한 9182억원, 영업이익은 43.6% 늘어난 46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T커머스 채널 CJ오쇼핑플러스는 같은 기간 202% 성장한 580억원의 취급고를 올렸다.

    GS홈쇼핑 역시 T커머스의 취급고 기여가 지난해 2분기 109억원에서 올해 2분기 304억원으로 200억원가량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79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 올해는 1조8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년새 시장 규모가 10배 넘게 성장하는 셈이다.

    현재 T커머스 선두 업체는 KT 계열사 KTH가 운영하는 K쇼핑과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 TV쇼핑이다.

    주요 홈쇼핑사들도 T커머스 채널을 가지고 있다. CJ오쇼핑의 경우 2015년부터 CJ오쇼핑 플러스를 운영 중에 있으며, GS홈쇼핑은 GS 마이샵, 롯데홈쇼핑은 롯데원TV, 현대홈쇼핑은 플러스샵, NS홈쇼핑은 NS홈쇼핑 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기존 홈쇼핑사와 T커머스사가 경쟁상대로 인지되면서 출혈경쟁으로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세계 TV쇼핑은 올해 KT스카이라이프에서 2번 채널에 편성되는 등 앞 채널로 자리를 변경했다. 기존 채널은 28번이었다. 지난 8월 말 'CJ오쇼핑플러스'가 KT스카이라이프 채널을 39번에서 22번으로 채널을 앞당긴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채널의 등급은 S부터 A , B, C 순으로 나눠진다. S는 지상파 방송, A는 종합편성 채널, B는 20번 안쪽의 채널, C는 20번 뒤쪽의 번호를 말한다. 앞 채널로 갈수록 송출수수료가 비싸지기 때문에 채널 변경은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기존 홈쇼핑 업계는 기존 홈쇼핑과 T커머스의 차이를 일반 소비자가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T커머스 업계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홈쇼핑업계도 과열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T커머스와 일반 TV홈쇼핑의 차이를 일반 소비자들은 구분하기 힘들다"며 "KT와 신세계 등 T커머스업계가 사실상 TV홈쇼핑 시장에 진출했다고 봐야 한다. 시장 전체가 커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앞자리 번호를 두고 경쟁이 펼쳐질 경우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T커머스 업계는 기존 홈쇼핑과 T커머스는 엄연히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과열 양상이 T커머스 때문에 이뤄진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수의 T커머스 관계자는 "기존 TV홈쇼핑은 생방송 위주로 일방향 소통이라면 T커머스는 양방향 소통으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생방송이 불가능하다는 등 규제가 있어 성장이 더디다"고 반박했다.

    채녈 편성과 관련해 T커머스와 기존 홈쇼핑 간 경쟁이 이뤄질 경우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전망이 밝아 T커머스 업계나 TV홈쇼핑 모두 투자하고 있는 사업은 맞다"며 "그러나 채널을 앞자리로 옮긴다고 수익이 증가하거나 인지도가 향상될지는 미지수다. 채널 편성을 둔 지나친 출혈 경쟁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