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 부문, 내년 초 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이재용 지배력 강화·양사 영업성적 부진… 합병설 뒷받침"김명수 ENG 부사장, 삼성물산 대표 임명시 가시화될 듯"
  •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조감도. ⓒ삼성엔지니어링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조감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2년여 만에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2년여 전 판교로 이사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삼성ENG 사옥으로 또 다시 이사를 하게 되면서다. 특히 이번 합병설은 양사가 한 지붕을 쓰게 된데다 사장단 인사와 관련한 관측까지 흘러나오면서 단순 설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ENG 사옥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일부를 2022년 말까지 5년간 임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4개 부문 가운데 건설부문을 내년 초 삼성ENG 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측은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이전할 빌딩을 찾다가 삼성ENG 사옥 일부를 임차해 이전하기로 했고, 현재 판교 건물보다 임차료도 절반 수준으로 싸다"며 "임차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지만,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이주시점은 1분기 내 이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사비용이나 일부 직원들의 거주지 이동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도 사옥이전을 결정한 데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에서 2016년 3월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전한 지 2년도 채 안 된데다 굳이 서울 접근성을 고려하더라도 판교와 강동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갑자기 이전을 결정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 회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만큼 회사 이전과 같은 수순들이 전체 마스터플랜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접근성을 보면 강동이나 판교나 비슷하다"며 "삼성ENG와의 효율성을 고려, 추후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자연스러운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 이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합병설을 뒷받침하는 데에는 단순 지리적 이동 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 양사의 불안한 수익구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두 업체간 합병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삼성물산 내 사업을 정리하면서 업종이 겹치는 건설부문을 떼어 내 삼성ENG와 합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후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ENG를 살리기 위해 삼성SDS 주식을 매각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업계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당시 거론된 것이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해 삼성ENG와 합병 후 존속회사로 남기는 삼각분할 합병 방안이다.

    이 방안은 자회사가 특정기업을 인수할 경우 모기업의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낼 수 있어 지분희석 우려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ENG 주식 대신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받기 때문에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높일 수 있다. 상반기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ENG 지분율은 1.54%다.

    삼성ENG의 불안한 수익구조도 합병설에 힘을 싣는다. 삼성ENG의 잠정실적 발표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4조2691억원, 영업이익 401억원, 당기순손실 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4조9850억원) 14.3%, 영업이익(833억원) 51.8% 감소했으며 순이익(127억원)은 적자전환했다.

    문제는 삼성ENG의 영업성적이 2010년대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매출액은 2012년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3분기 누계 기준 삼성ENG의 매출은 2012년 8조631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7조1179억원 2014년 6조6207억원 2015년 4조4721억원 2016년 4조9850억원 2017년 4조2691억원 순으로 하향세에 놓여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13년 적자전환, 2014년 흑자전환에 이어 2015년 또 다시 적자전환하면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2013년 11위까지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도 2014년 29위, 2016년 41위로 하락하다가 올해는 또 14위로 올랐다. 2010년대 들어 상위 30위 건설사 중 가장 등락이 잦았다.

    이번 삼성물산의 본사 이전도 삼성ENG가 2015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 차원에서 사옥매각을 추진하던 것이다.

    사옥 매각을 위해 올해 초 전체 3개동(A~C동) 중 B동을 비우고 A·C동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영향 등으로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건물을 임대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영업성적은 삼성물산도 별반 다르지 않다. 3분기 삼성물산 건설 부문 매출은 3조126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5%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31.4%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물산 전체 실적은 매출 13.2%, 영업이익 17.9% 증가했다.

    건설부문에 속하는 플랜트, 해외공종의 3분기 매출액이 각각 5130억원, 1조281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플랜트는 35.7%, 해외공종은 16% 감소했다. 해외부문의 예정원가율 대비 공사비 상승이 손실로 반영된 결과다.

    해외부문 수주잔고도 감소세다. 3분기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잔액은 28조4910억원으로, 지난해 말 31조6260억원에 비해 9.9% 줄어들었다. 특히 플랜트와 해외 공종 수주잔액은 각각 16.5%, 22.6%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컸다.

    뿐만 아니라 원전을 제외하고는 5년여 만에 국내 공공공사 입찰에도 참여했고, 1년 5개월 만에 방배5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도 얼굴을 드러냈지만, 이마저도 수주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양사가 구조조정으로 무게가 한층 가벼워졌다는 것도 합병설을 뒷받침한다. 삼성ENG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역시 2015년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이후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ENG의 직원 수는 상반기 기준 총 1만1047명으로, 2015년 말(1만4025명)에 비해 21.2%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그룹 사장단 교체시기와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자 합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의 후임으로 김명수 삼성ENG 부사장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1961년생으로 올해 56세인 김명수 부사장은 그룹 내 '경영·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관리그룹장, DMC부문 지원팀장, 경영지원실 지원팀장 등을 역임했다.

    건설 쪽과는 2010년 삼성그룹 핵심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을 맺었다. 전략2팀은 삼성물산, 삼성ENG 등 그룹 건설부문 등을 총괄하는 파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곳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4년 삼성ENG 경영지원총괄부사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자본잠식 위기까지 치달은 회사를 유증과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ENG 출신인 김 부사장이 예상대로 삼성물산 신임대표로 임명될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ENG 합병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 이전을 발표한 이후 삼성ENG와의 합병 수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번 인사가 일명 '통합 삼성건설'을 향한 본격 신호탄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과 삼성ENG 측은 사업 부문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합병 계획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삼성ENG 관계자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