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코드·눈치 보기 인사 극심… 정치권·관료 출신 이전투구
-
철도 관련 기관들이 수장 인사와 관련해 뒤숭숭한 모습이 역력하다.
새 정부 들어 코드·눈치 인사에 발목이 잡혀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거나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수서발 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통합 논의나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매한가지다.
17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 관련 기관들이 수장 인사 문제에 봉착해 있다.
코레일은 홍순만 전 사장이 지난 8월4일 임기를 21개월쯤 남기고 중도 퇴임한 이후 사장 자리가 100일 넘게 공석이다.
사장 선임 첫 단추인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아직 구성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는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를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수장 인선에 착수하게 돼 있다.
하지만 홍 전 사장처럼 임기 도중 물러났을 때 임추위 구성 시기에 관한 규정은 없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 인사부터 난맥상을 드러내면서 코드인사를 염두에 둔 눈치 보기가 극심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원래 임추위 구성을 서둘러야 하지만, 산하기관장 인사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나 제청기관인 주무 부처(국토부)를 거쳐야 하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협의 과정에서 (임추위 구성 시기와 관련해) 물어도 보는데 아직 말이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코레일 내부에선 소위 복도통신을 통해 사장 선임 관련 여러 소문이 떠돈다. 그중에는 이르면 다음 주쯤 임추위가 가동될 거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 13일 강영일 이사장이 물러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일각에선 그동안 철도공단 이사장 자리를 국토부 출신 관료가 꿰차면서 각종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국피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부터 내리 국토부 전신인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출신 관료가 내려와 정부에 잘 보이는 데만 주력했을 뿐 권위적인 태도로 직원들의 소통을 막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공단 내부에선 이런 언급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된다.
코레일도 내부 승진 사례였던 초대 사장을 제외하면 줄곧 관료 출신 등 외부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지만, 함께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해 여러 휘발성 강한 이슈가 있다 보니 (문 대통령 선거캠프 등에서) 낙하산을 꺼린다는 말이 들린다"며 "상대적으로 이슈가 적은 철도공단 이사장을 염두에 두고 정치권에서 관료 출신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국피아가 산하기관장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
SR도 체감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장 인사 문제와 얽혀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SR은 내년 1월 초 공운위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공공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갖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공운위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SR은 대주주인 코레일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분이 100%인 회사다.
SR은 올해 초 수입·결산서 등 분석자료가 없어 지정이 유보됐으나 내년 초 재검토가 이뤄지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SR이 공공기관이 되면 이승호 사장은 잔여임기를 보장받되 연임은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R 사장은 임기가 3년이다.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3년 단위로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공공기관장보다 넓은 편이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SR과 코레일 통합 논의는 조직개편과 맞물려 최대 변수다.
코레일은 현재도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인 SR이 코레일의 100% 자회사가 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코레일은 SR과의 통합 시나리오로 완전 흡수 통합을 선호한다. 이 경우 SR 사장 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통합에 따른 조직개편 후폭풍도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