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IB 대상 증권사 중 ‘발행어음 2호’로 예상됐던 KB증권이 결국 연내 인가에 실패했다. 이로써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판매 개시는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일정상 다음 증선위는 내년 1월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돼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내년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측은 인가가 늦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번 연기의 원인으로 KB증권이 받은 징계를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는 올 연내 추가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아마 내년 초 이후 재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 의결이 모두 끝나고 확정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심사가 연기되면서 아직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업계 첫 발행어음 인가를 받자 후발주자들도 이르면 연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추가 인가가 늦어지자 남은 증권사들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승인을 받았을 때는 타사들도 기대감이 있었으나 점차 승인이 미뤄지면서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어 선점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여 불안한 상황”이라며 “되도록 빨리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받은 기관경고 등 강력 조치가 원칙적으로는 신규 업무 인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심의 단계에서 위원들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심사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는 입장이었다.
먼저 삼성증권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특수관계인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재판으로 신규사업 인가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실상 4개 증권사만 발행어음을 내게 됐다.
가장 초조한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당초 가장 먼저 발행어음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작 ‘1호’를 한국투자증권에 뺏기고 두 번째 심사조차 KB증권에 밀려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 5월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취급하며 리베이트를 받아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옵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설명내용 확인의무 및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 투자자들에게 총 3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일으켜 ‘기관주의’를 받아 심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뿐 아니라 지난 국정감사에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돼 불완전판매, 지배구조 등에 대해 소명하는 등 현 정권 이후 ‘업계 1위’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당국에서 초대형IB를 통해 모험자본 활성화를 추진했는데 발행어음과 무관한 사안으로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