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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첫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하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7일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했다.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첫 판매일인 27일 오후 5시 기준 판매액이 4141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튿날인 28일에는 오후 2시에 5000억원의 판매고를 ‘완판’ 했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판매는 투자처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연내 1조원의 자금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4일 발행어음의 금리를 확정했다. 1년 만기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연 2.3%, 9개월 이상 1년 미만은 2.1%,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은 2.0%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출시된 발행어음형 CMA의 금리는 연 1.2%의 수익률이 제공된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이다. 증권사는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초대형IB’ 대상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회사에 한해 발행이 허용된다.
당초 한국투자증권 측은 업계 첫 사례인 만큼 연내에는 1조원을 목표 자금조달액으로 잡고 점차 규모를 늘려 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성적에 업계가 놀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2%대의 금리가 기존 금융상품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데다가 은행권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대형IB 대상 증권사들이 모두 업계 상위권인 만큼 파산 가능성이 지극히 낮으며 ‘공격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증권사 특성상 투자자들에게 호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많다.
가장 주요한 경쟁자로 언급되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연 이율은 1.62%(30일 현재 기준) 수준으로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의 수익률을 밑돈다. 단 소액이라도 가입 가능한 은행 예금과는 달리 증권사 발행어음의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 부터다.
증권사 발행어음의 가장 큰 강점이 수익률인 만큼 앞으로 이자율은 더 오를 가능성도 높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수신금리를 단기적으로는 실질 금리로 운용하되 시중금리와 고객 반응을 살펴 향후 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고수준의 증권사라는 ‘네임 밸류’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1%대의 은행 금리보다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저축은행보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의 ‘기분 좋은’ 시작이 후발주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앞서 좋은 사례를 보이면 후발 증권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업체가 독점하기보다는 업계 전반적으로 발행어음 사업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