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상 소매업에서 임대업자까지 확대… 사실상 대기업 유통 채널 전면 월 2회 휴무
  •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가 가시화되면서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복합쇼핑몰'의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이 부흥한다는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합한 법안을 발의했다.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 법안'에는 기존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수퍼마켓)으로 한정한 월 2회 의무 휴업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규모 유통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추가돼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복합쇼핑몰과 아울렛도 대규모유통업법에 적용하기 위해 '임대업자'도 이 테두리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규제 적용 대상은 매출액 연간 1000억원 이상 또는 매장 면적 3000㎡ 이상의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소매업자'로 지정돼 있다. 공정위는 이를 '임대업자'로 확대 적용해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 규제 대상에 모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복합쇼핑몰'이라는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나와 있는 복합쇼핑몰이란 현대적인 판매시설과 오락,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결합체로 1개의 업체가 개발·관리 및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경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이 각자 운영하지만, 전체 관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맡아 이 조건에 충족한다. 롯데월드몰도 같은 맥락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하이마트 등이 각자 운영되고 있지만, 운영 주최는 롯데쇼핑이 아닌 롯데물산이다.

    그동안은 신세계프라퍼티와 롯데물산은 임대업자로 분류돼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정위의 생각대로 법이 통과되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공정위의 생각대로 규제가 진행되면 사실상 백화점, 아울렛 등 주요 유통업계 전체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백화점과 아울렛 중 약 90%가 3000㎡ 이상의 규모다. 즉 이번 복합쇼핑몰 규제안은 사실상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유통기업에서 운영하는 모든 판매 채널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규제 명분으로 내세운 전통시장 활성화도 정확한 근거가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전통시장 등 지역소상공인 보호의 정책적 효과는 적은 반면, 장바구니 소비를 감소시켜 민간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방문 증가 횟수는 연간 평균 1회도 미치지 못하는 0.92회에 불과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이걸 누구 탓으로 돌리면서 규제만 강화하는 방식은 뒤떨어진 구시대적 발상이다.

    경쟁에서 뒤처져 소비자가 외면하면 사장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 개념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찾도록 경쟁력을 갖게 해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 다른 사업자를 규제해 강제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가하다.

    기자가 과거 게임업계 출입 당시 '셧다운제도'(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와 관련해 모 회사 대표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해당 대표는 "국회나 정부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무조건적이 제재는 나오지 않았겠죠. 지금 게임업계는 혼란의 연속입니다"라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같은 범주에서 이 문제를 말하고 싶다. 직장인들은 자녀와 혹은 여자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쉽게 장을 보고 멋진 옷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을 찾는다. 이런 시간이 허락되는건 대부분 '주말'이다.

    이들에게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문을 닫을 테니 불편하고 답답한 전통시장에 가서 즐기라고 강요하면 전통시장이 부흥할 것이라고 보는가?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대기업의 규제보다 이들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후 필요하다면 그때 대기업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

    "왜 규제안만 나오고 전통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규모 투자 대책은 마련하지 않는 걸까? 단 한 번이라도 가족과 연인과 부모님과 전통시장이나 대기업 유통채널을 비교해 방문해봤다면 다른 방법도 눈에 보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