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임원 2%대 극소수…男임원 비해 제한적 업무올해 농협금융 이어 BNK도 女임원 전진 배치외국계 씨티 女임원 3명…여풍 바람 기대감 UP
  • ▲ 왼쪽부터 박경희 부산은행 신임 본부장, 이정원 경남은행 신임 본부장, 장미경 농협은행 신임 부행장보, 김정원 씨티은행 부행장. ⓒ각 사
    ▲ 왼쪽부터 박경희 부산은행 신임 본부장, 이정원 경남은행 신임 본부장, 장미경 농협은행 신임 부행장보, 김정원 씨티은행 부행장. ⓒ각 사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 정기인사를 속속 단행하는 가운데 여성 임원들이 눈길을 끈다.

몇십 년간 단단했던 은행권 유리천장이 서서히 뚫리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여성 임원의 제한적 직무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BNK금융지주는 계열사 은행의 여성 지점장 2명을 임원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러한 변화는 김지완 BNK금융 회장의 경영철학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그는 금융회사의 여성 역할을 강조하면서 여직원들이 차별 없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1급 본부장대우로 선임된 인물은 박경희 부산은행 대연동지점장과 이정원 경남은행 지점장이다. 

특히 이정원 신임 본부장대우는 경남은행에 50여년간 닫혀있던 유리천장을 뚫고 동부영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1985년 경남은행에 입행해 노조 상근 국장, 지점장, PB사업부장, 고객센터부장, WM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박경희 신임 본부장대우는 1984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12년간 지점장 생활을 하면서 고객들을 마주했다.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광주은행도 유일한 여성 임원인 정순자 부행장보를 1년 연임했다. 이로써 총 4년간 업무지원·신탁본부장을 맡게 된다.

반면 JB금융지주의 같은 계열사인 전북은행에는 지금까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4년 지방은행 첫 여성 영업본부장을 발탁한 바 있다. 현재 재직 중인 여성 임원은 없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도 6년 만에 최연소 여성 임원을 선임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신임 부행장보로 장미경 농협은행 국제업무부장이 발탁됐으며, 업무분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임원 인사도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성 인재 발탁에 후한 점수를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KB금융은 지난해 여신그룹장 박정림 부행장을 KB금융지주 자산관리(WM) 총괄 부사장으로, 김해경 KB신용정보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시킨 바 있다.

이처럼 은행권 유리천장 이야기는 매년 화두 거리다. 은행권 여성 직원 비율은 높지만 여성 임원은 2%대 극소수여서 유리천장이 견고한 직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여풍 바람이 불었지만 몇 년 새 다시 잠잠해졌다.

어쩌다 여성 임원이 발탁되도 남성 임원처럼 고위직이나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고, 제한적 업무 범위로 인해 설 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모회사가 외국계인 씨티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여성 임원 수가 많고, 업무 범위도 넓은 편이다. 재무기획부터 기업금융, 준법감시인도 여성 임원이 맡고 있다. 

김정원 부행장은 재무기획그룹장을, 유명순 수석부행장은 기업금융그룹장을, 황해순 상무는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인 이미현 연세대학교 교수도 여성이다.

특히 김정원 부행장은 씨티은행에 5년째 몸 담아온 중요 임원으로 꼽힌다. 유명순 수석부행장도 내년 5월 임기까지 계산하면 2년 4개월간 재직하게 된다.

이들 모두 내년 상반기 임기가 만료되는데, 박진회 행장이 최근 3년 연임에 성공한 만큼 또 한번 여성 임원에 힘을 실어줄지가 관건이다. 씨티은행 정기 임원 인사는 통상 3월에 단행된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단행되는 정기 인사에서 여풍 바람이 다시 불어 유리천장이 뚫릴지에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