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12%를 넘었던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4년만에 반토막났고 약 2000억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건립했던 남양유업 나주 커피믹스 공장 가동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커피믹스 제품을 생산하는 나주공장은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설비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2000억원을 투입해 나주 커피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커피믹스를 연 50억봉(7200톤 규모)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연간 팔리는 1000억봉의 절반 수준이다.
당시 남양유업 측은 "지난 50년간 남양의 핵심 사업은 우유였지만 앞으로 50년은 커피가 될 것"이라며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을 매년 10%포인트씩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양유업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첨가물인 '인산염'과 '카제인나트륨' 등을 뺀 제품을 선보이며 커피믹스 시장 진출 2년여 만에 점유율을 단숨에 10%대로 끌어올렸다.
자신감을 얻은 남양유업은 나주공장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으며 커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 자료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2.5%를 기록하며 업계 2위를 차지했지만 매년 감소하다 올해 10월에는 6.3%로 4년여만에 반토막이 났다.
동서식품과 네슬레가 매년 점유율을 조금씩 키워가는 사이 남양유업은 역성장을 거듭하며 업계 3위까지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카누와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커피믹스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며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고 나주공장을 건립한 타이밍은 이같은 트렌드 흐름과 다소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무첨가 커피믹스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과도한 네거티브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됐다"며 "소비자들이 인산염이나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후 남양유업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줄었다"고 전했다.
초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소바자들의 입맛과 마음까지 붙잡아두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현재도 15%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나주공장에서 커피믹스 제품 전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동률이 10% 미만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연매출은 지난해 1500억원 수준이었으며 올해도 1600억원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나주공장 커피믹스 생산 공정은 현재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의 커피사업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3년 터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논란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며 남양유업 브랜드 전체에 타격을 입혔다.
이후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루카'가 커피전문점 '카페루카'와 벌인 상표 등록 무효소송에서 패하면서 '루카스나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근에는 '루카스나인' 광고가 성차별 논란에 시달리며 잠정 중단을 결정하는 등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이 역성장세로 돌아선 것도 남양유업 커피사업에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공사) 등에 따르면 믹스커피(조제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2014년 1조1585억원에서 지난해 1조228억 원으로 11.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