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대표부, 최종 결정 앞두고 공청회… "사실상 마지막 기회""현지공장 내년 상반기 가동… 90% 이상 미국산 제품" 설득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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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LG전자 세탁기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마지막 조율에 나선다. 이번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다. 무역대표부는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함께 미국의 통상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기구다.미국 무역대표부는 오는 3일(현지시간) 공청회를 열고 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공청회에는 산업부, 삼성전자, LG전자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피력한다.미국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의 요청으로 시작된 삼성·LG 세탁기 관세 논란은 ITC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확산됐다. ITC는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120만대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는 저율관세할당(TRQ)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특정부품 5만개 이상에는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논란을 빚기도 했다.ITC의 권고안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내에 제재조치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재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시한은 2월2일로 2월 초 발표가 유력하다.세이프가드 및 관세 50%를 요구해온 월풀은 ITC의 권고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에 대해 삼성·LG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이번 공청회는 사실상 삼성·LG전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이미 ITC의 권고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지만, 공청회를 통해 정반대의 권고안이 마련될 경우 전망은 밝아진다.USTR의 결정은 ITC 권고안과 비교해 더 큰 무게를 갖는다. ITC와 같은 위원회 3개를 운영하는 만큼 권고안의 권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준사법적 독립기관인 ITC와 달리 대통령 직속 각료급 기관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국이익에 우선된 선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USTR가 ITC의 권고안에서 한발 더 나간 강한 제재를 권고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USTR가 정반대의 권고안을 내놓는다 해도 안심할 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3의 안을 내놓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이프가드에 준하는 관세폭탄이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편 삼성·LG전자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세워지고 있는 미국 현지공장을 앞세워 '미국 생산라인이 가동될 경우 세탁기 점유율 90% 이상이 미국산 제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계획이다. 세이프가드 조치가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양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과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내년 초, LG전자는 내년 1분기 가동할 예정이다.여기에 현지공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자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다.업계 한 관계자는 "USTR 공청회는 세이프가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