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람 아닌 차량이 면제 대상"고속버스업계 "적자에 특별요금할인 어렵다"
  • ▲ 고속도로.ⓒ연합뉴스
    ▲ 고속도로.ⓒ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고속버스업계가 '서민의 발'인 버스의 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관련해 뒷짐만 지고 있다.

    국토부는 통행료 면제 혜택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차량이라며 고속버스 이용 승객은 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토부가 황당한 주장을 펴는 사이 고속버스 등 버스업계는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로 추정되는 가욋돈을 챙기는 실정이다.

    10일 국토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다음 달 설 명절에도 설 당일 앞뒤로 사흘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통행료 무료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추석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속도로 명절 통행료 무료화를 본격 시행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중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 10월 3~5일 사흘간 총 1583만대의 차량의 전국의 고속도로를 이용해 677억 원쯤의 통행료가 면제됐다고 추산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 고속도로가 535억 원, 민자고속도로가 142억 원 규모다.

    이번 설에는 다음 달 15~17일이 면제 기간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번 설에도 고속버스를 이용해 귀성·귀경길에 오르는 국민은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속버스는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된 정책 수혜 대상이 서민층임을 고려하면 국토부 정책에 누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국토부는 통행료 면제 대상이 운전자 등이 아닌 차량이어서 고속버스 승객에게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다.

    국토부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통행료 면제는 고속도로 통행 차량에 대한 것이지 차를 타는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 버스와 승용차는 요금체계도 다르다"면서 "버스요금 (인하)과 관련한 부분은 (도로정책과) 소관이 아니라 답변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버스요금 인하와 관련해 지난 추석에도 통행료 면제 정책을 담당하는 도로정책과와 버스 요금 업무를 보는 대중교통과가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구태를 보였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

    통행료 면제 대상이 차량이라는 국토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통행료를 무는 것은 차량이 아니라 차량 운전자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주장대로 차량이 면제 대상이라면 운전자가 아닌 차량 소유자가 혜택을 봐야 한다.

    명절 연휴 기간 자가용이나 화물차 등을 몰고 귀성·귀경길에 오르는 운전자는 대부분 차량 소유자다. 차량과 운전자를 동일시하는 게 보편타당하다.

    가령 면제 기간에 차량을 빌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있다고 할 때 통행료 면제 혜택을 보는 것은 렌트차량 소유주가 아니라 실제 고속도로를 이용한 운전자다.

    핵심은 고속도로에 나온 차량이 어떤 차종이냐가 아니라 어떤 차량이든 명절에 고속도로를 이용해 귀성·귀경길에 오른 국민에게 통행료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고속버스 요금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연구용역을 통해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운송원가에는 물가상승률을 비롯해 운송사의 연간 제반 비용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요금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반영되는 셈이다.

    즉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서민은 통행료가 반영된 요금을 내고도 국토부의 정책적 배려가 없어 면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분류상 3종 차량에 해당하는 고속버스는 승용차보다 통행료를 많이 낸다. 현재 서울~부산(394.9㎞) 통행료는 2만1200원이다.

    좌석 이용률이 높은 명절 특성상 버스 1대가 통행료를 면제받으면 서울~부산 노선의 경우 우등고속버스(28석)는 성인 기준으로 승객 1인당 편도 757원, 왕복 1514원의 할인 요인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21석)는 편도 1009원, 왕복 2019원으로 할인 폭이 더 커진다.

    이를 승객 1인당으로 환산하면 요금 할인율은 2.2%쯤이다. 2013년 고속버스 요금이 4.3% 인상됐으므로 명절 기간 오른 요금의 절반쯤을 승객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승객 1인당 할인액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운송사업자가 감면받는 총 면제액 규모는 무시하기 어렵다.

    고속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고속버스만 통행료를 면제받는 게 아니라 직행버스도 대상"이라며 "고속버스가 2000여대 규모라면 직행버스는 8000여대로 4배쯤 많다. 버스업계가 면제받는 총금액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속버스조합 설명으로는 지난해 추석 때 버스업계가 면제받은 통행료는 따로 정리된 게 없다.

    버스 통행료는 현재 서울~대전 8700원, 서울~부산 2만1200원이다. 고속·직행버스 1만여대가 편도 기준으로 평균 1만 원의 통행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1회 왕복 운행할 때 2억 원쯤을 면제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명절 특별수송 기간 국토부가 수송력 증대를 위해 1일 평균 1000회 이상 고속버스를 늘려 운행하는 점을 참작하면 전체 버스업계에 돌아가는 면제액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버스업계로선 면제 기간에 짭짤한 가욋돈을 챙기는 셈이다. 통행료 면제로 승객은 찬밥이고 버스운송업체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속버스업계는 지난 8일부터 설 연휴 특별예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통행료 면제 기간인 다음 달 15~17일 요금을 할인한다는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국토부가 서민 혜택에 뒷짐을 지는 상황에서 고속버스업계가 앞장서 가욋돈 수입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속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추석 때 요금할인을 통한 승객 유인 효과 등에 관해 의논했지만, 어렵다는 의견이었다"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다들 적자라고 아우성이어서 통행료 면제 혜택을 승객에게 돌려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