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이란에 핵 합의 시한 제시하며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 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타격 고환율 속 유가 급등 시 물가 충격에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사하면서 '공격 임박설'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동의 일촉즉발 상황에 국제 유가와 금값은 즉각 치솟았다.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1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약 2% 상승했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 결렬 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1.9%(1.24달러) 오른 66.43달러,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1.86%(1.31달러) 상승한 71.66달러를 기록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WTI 기준 연초 대비 약 16% 급등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에 미국과의 핵 합의 시한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나 15일. 거의 최대한도"라며 "내 생각엔 그정도 기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핵 합의를 얻어 내든지, 아니면 그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생기든지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평화위원회 첫 회의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우리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18일(현지시각) "대부분의 미국인이 인식하는 것보다 대규모 중동 전쟁에 훨씬 가까워져 있다"며 "전쟁이 매우 임박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을 타격할 경우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감행한 정밀 타격과 달리 대규모 군사작전이 수주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정권이 최근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지휘 권한을 분산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해협 일부를 폐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도 진행했다. 

    이정호 D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몇 주 안에 이란과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90%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단순한 수급 차질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한국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항로 차질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미 1400원대 중반에서 고착화된 원·달러 환율은 충격을 배가시킨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상승은 고환율과 맞물려 원가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게 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비 증가와 수입물가 급등이라는 이중고로 이어진다. 

    과거 사례도 이를 반증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충격이 물가 급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더욱이 한국 경제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수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우라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반도체 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4분의 1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정 품목에 기댄 편중 구조는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시킨다. 중동발 오일쇼크가 반도체 제조 원가 부담을 높이고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경우 이는 곧 한국 경제 펀더멘털 약화로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생산 원가를 밀어올려 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을 부추기게 된다. 이는 다시 수요 둔화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부진한 내수를 더욱 얼어붙게 하면서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에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총생산(GDP)과 경상수지는 각각 0.2%포인트(P), 20억 달러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충격이 성장과 물가, 경상수지를 동시에 압박하는 셈이다.  

    1·2차 오일쇼크 당시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세계 경제의 물가수준은 이전 평균치에 비해 4~6%P 높아졌으며, 평균 성장률은 2~6%P 둔화됐다. 고환율과 내수 부진, 특정 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라는 취약성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중동발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 복합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