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탁기 덤핑' 비난, 세이프가드 발동 기정사실화"세탁기 하나 때문에… 한국, '美 산업 파괴자' 평가 절하 논란"
  • ▲ 월풀이 자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드럼 및 통돌이 세탁기. ⓒ뉴데일리DB
    ▲ 월풀이 자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드럼 및 통돌이 세탁기. ⓒ뉴데일리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미국 산업 파괴자'로 평가하면서 "사실상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이 내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탁기를 덤핑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사자인 삼성과 LG전자는 당혹감을 드러냈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 신공장을 건설 중인 만큼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현재와 같은 영향력과 수익성을 유지해나가겠다는 의지다.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는 늦어도 내달 2일 결정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22일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ITC의 권고안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내에 제재조치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종 결정시한은 내달 2일이다.

    연간 미국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수량은 약 300만대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ITC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저율관세할당 물량 120만대에는 20% 관세가 부과되고, 초과 물량은 50% 관세가 적용된다. 한국 세탁기에는 현재 1%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약 19%, 15%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판매량으로 환산할 경우 160만대, 140만대가 된다. 한국 세탁기에 5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양사가 입을 피해액은 약 1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제외한 180만대에 50% 관세가 부과된 것으로 계산된 수치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삼성과 LG전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50% 관세 부과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어 고스란히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탁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월풀이 삼성과 LG전자를 꺾고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양사가 현재와 같은 가격 정책을 펼치며 점유율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트랙라인의 조사결과를 보면 월풀의 점유율은 2년새 3%p 가까이 줄어든데 반해 삼성과 LG전자는 각각 5%p, 2%p 증가했다. 한국 세탁기의 영향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900달러 이상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양사의 영향력은 월풀을 크게 앞섰다. 한국 세탁기의 우수성을 경험한 미국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한국 세탁기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삼성과 LG전자의 세탁기 평균 판매단가는 월풀은 물론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돈다.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내 세탁기 평균 판매단가는 583달러인데 반해 LG전자는 694달러, 삼성전자 663달러로 높았다. 월풀은 547달러로 한국 세탁기보다 120달러 이상 저렴하게 판매됐다.

    숙제는 남아있다. 50% 관세가 계속될 경우 수익률이 감소되면서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익률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단가를 상향조정할 경우 소비자 반발이 발생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은 다양한 규제가 산재해 마음대로 생산량을 늘리거나 공기를 앞당길 수 없다. 당분간은 50% 관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정부의 보복관세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 극복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