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립대 직원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일부가 아닌 대학 전체 비정규직 처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사립대 직원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일부가 아닌 대학 전체 비정규직 처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대학 내 취약계층 고용안정화에 대한 당부에 나섰지만, 교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고용 형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행정직원의 경우 학교, 학과 운영, 교원·학생 지원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학 직원은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에 대학이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대거 채용,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일정 기간만 지원해 비정규직만 뽑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76개 사립대(지역캠퍼스 포함)의 직원 현황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기준 대학 직종별 비율은 일반직이 45.7%, 계약직 39.4%, 기술직 7.8%, 기능직 5.4%, 고용직 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32.9%, 대학 내 계약직 비중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직원 5명 중 2명은 비정규직이 차지했다.

    지난달 22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A대학을 찾아 청소·경비 등 근로자 고용 안정을 강조했고, 같은달 25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충남의 한 대학에서 열린 충청대전권 대학 사무처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 부총리와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B대학 관계자는 "청소, 경비 노동자를 위한 당부는 고용안정화를 위한 부분이었고, 중요한 사항은 분명하다. 다만 행정직원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는 듯싶다. 상당수 대학이 행정직원 채용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을 뽑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측은 "모두를 챙길 수 없지만, 고용안정화에 대한 부분을 따로 나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에 계약직 채용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사립대 가운데 몇몇 대학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니, 백석대가 지난해 12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교내 직원 채용 7건은 계약직이었다. 최근 1년 단위로 2년까지 계약하는 연봉계약직 직원공고를 냈던 남서울대는 계약 종료 후 무기계약직 전환을 언급했지만 '검토' 사항을 명시했다.

    가천대의 경우 지난해 7~12월 채용공고 대부분이 계약직 직원 채용에 대한 내용이었고, 경기대는 작년 9월 8개 부서에서 기간제 계약직 직원 채용에 대한 공고를 내놓기도 했다.

    아예 정규직 채용의 경우 지원 기준을 높인 대학도 있다. 세종대와 세종사이버대는 작년 12월 정규직 대학행정 직원 모집에 나서면서 지원 자격을 토익 980점 이상(동등 어학자격 소지자), 신(新) HSK(중국어능력시험) 6급 이상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학교 홍보에 세종대왕을 강조했던 세종대는 최상위 외국어 성적을 갖춘 이들의 지원서만 받았고, 세종사이버대는 2017학년도 기준 재적학생 4천여명 중 외국인이 19명이지만 정규직 선발은 영어·중국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한국토익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지난해 토익 980점 이상 취득자 비율은 전체 응시자 중 1%였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新 HSK 6급은 중국어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취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세종대·세종사이버대 관계자는 "직원 채용 공고가 나오면 1천명이 지원하는 등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세종대에는 전체 학생의 15%가 외국인이다. 영어, 중국어에 능숙해야 한다. 지원이 많은 부분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인건비 등을 이유로 계약직을 선호하는 상황은, 정부 사업도 연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대학이 유치할 경우 2~3년 등 일정 기간만 지원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만 근무할 직원만 뽑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 행정직원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은 대부분 2~3년 단위로 진행되고, 재정과 연결되는 부분에서 계약직을 뽑는다. 일정 기간만 근무하는 직원은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학 본부에서 예산 등을 이유로 신규 직원을 선발하지 않아 업무가 가중되는 부분이 있다. 관련 부서에서 모두 정규직을 뽑아줄 수 없어, 찾은 합의점이 계약직 선발이다. 당장 인력이 필요하니깐 계약직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고사업의 경우 길어야 3~5년이다. 이에 정규직 뽑기가 어렵다. 처우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 업무 분야도 구분될 정도다. 정부가 고용안정화 부분을 일부가 아닌 전체적인 시각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