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GS25·세븐일레븐, 스마트 시스템 도입… "매장 근무자 활동 범위 매장 전체로 확장"
"주류 판매 대면으로만 가능해 완전 무인화는 불가능… 단 인건비 절감은 가능"
  •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 무인계산대에서 핸드페이로 계산하는 고객. ⓒ진범용 기자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 무인계산대에서 핸드페이로 계산하는 고객. ⓒ진범용 기자


    편의점업계가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일명 '3세대 편의점' 오픈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기존까지 계산대에 머물러야 했던 근무자를 고객 맞춤형 응대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점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시기가 겹치면서 이러한 스마트 시스템 구축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림수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세대 편의점의 정의는 정립되지 않았지만, 과거 단순히 24시간 상품 판매에만 초점을 뒀던 1세대 편의점이나,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뒀던 2세대 편의점과 달리 매장 근무자가 카운터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 편의 등을 위해 매장 전체를 활동 범위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에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선보인 '시그니처' 편의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매장은 '무인 계산대'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상품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360도 전 방향 스캔을 통해 가격을 기기가 인식하고 고객은 기존에 등록한 핸드페이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지난 1일에 오픈한 시그니처 2호점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결제 방식이 L.Pay(엘페이), 캐비시 교통카드는 물론, 일반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해 확장성을 높였다.

    무인 계산대로 결제가 이뤄지면서 점포 내 근무자는 카운터에서 상시 대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빈 상품 진열대를 채우거나 매장 전체의 위생에 이전보다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어 고객 서비스를 종전보다 강화할 수 있다.

    CU 역시 모바일 기반의 셀프 결제 앱 'CU Buy-Self(이하 CU 바이셀프)'를 개발해 3세대 편의점을 준비하고 있다.

    'CU 바이셀프'는 스마트폰으로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쇼핑 애플리케이션이다.

    결제의 경우 'CU 바이셀프' 앱을 실행해 점포 곳곳에 배치된 고유 QR코드를 스캔한 후,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주류, 담배 제외)의 바코드를 고객이 직접 스캔하고 구매 수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상품을 고른 후에는 앱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다. 현재 CU 판교웨일즈마켓점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무인 계산대'를 별도로 마련해 3세대 편의점을 준비한다면, CU는 기존 매장에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형태로 근무자들의 동선을 넓힌 것.

    GS25도 KT와 손잡고 AI를 활용한 'GS25 챗봇지니'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의 경우 매장 근무자가 업무상 궁금한 점이 생기면 AI를 활용해 실시간 업무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AI 시스템으로 근무자는 카운터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동선을 매장 전체로 확대할 수 있어 고객들의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에서 담배 자판기를 통해 담배를 구입하는 모습. ⓒ진범용 기자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에서 담배 자판기를 통해 담배를 구입하는 모습. ⓒ진범용 기자


    국내 편의점의 특성상 주류와 담배의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이러한 스마트 시스템 도입은 '무인 편의점'을 목표로 하기보단 고객 서비스 고도화로 봐야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일례로 편의점의 판매량 중 약 10%를 차지하는 주류의 경우 현행법상 점원이 손님과 대면한 형태로 판매해야 해 무인 편의점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전체 판매량 중 10% 가량을 차지하는 주류 매출을 포기하고 무인 편의점을 고집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자동화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더라도 매장에는 최소 근무 인력이 배치돼 있어야 한다.

    즉 완전 무인화보다 고객 서비스 고도화 차원에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

    스마트 시스템 보급으로 인건비 감소 가능성은 있다. 규모가 큰 편의점의 경우 최소 2인 이상의 직원이 근무해야 하지만, 스마트 시스템이 구축되면 주류 판매나 매장 정리를 하는 인원 한 명만 근무해도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인편의점을 시행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생각보다 서비스 질의 향상을 이뤄내기 위한 시도"라며 "무조건 인력 감축을 위해 스마트 편의점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저시급이 지난해보다 16.4% 인상돼 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