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 백신 평균판매가 하락·4가 백신 경쟁심화 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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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3가 백신의 평균 판매가격 하락, 4가 백신 수요 증가와 경쟁심화 등의 종합적인 원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GC녹십자와 함께 독감백신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케미칼은 출하량을 늘리며 GC녹십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독감백신 매출액은 19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36억원에서 무려 86%나 줄어든 수치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매출 부진으로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3262억원, 영업이익은 98.7% 감소한 1억원에 그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7~2018년 시즌 국가검정을 받아 출하된 GC녹십자의 3가 백신은 400만 도즈, 4가 백신 400만 도즈로 2016~2017년 시즌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SK케미칼은 3가 백신 310만 도즈, 4가 백신 225만 도즈로 총 535만 도즈를 출하했는데, 이는 전 시즌 500만도즈 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외에도 독감백신 경쟁사인 GSK, 일양약품, 사노피 등이 출하량을 늘리거나 첫 출하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
GC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 하락은 무료접종 확대에 따른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GC녹십자가 압도하고 있는 3가 백신은 정부가 지난해 영유아 무료접종 대상을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초등학생까지 포함된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독감백신 매출은 마진율이 높은 4가 백신 보다 영유아 및 노년층에 무료로 접종되는 3가 백신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단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싼 3가 백신의 판매량 증가에 따른 평균 판매가격 하락으로 관련 백신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것이 녹십자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료 접종의 경우 3가 백신 보다는 4가 백신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독감백신 시장 경쟁은 자연스럽게 4가 백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3가 백신은 A형 2종과 B형 1종을, 4가 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을 예방해 준다. 예년과 달리 이번 겨울에는 A·B형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4가 백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후발주자들도 4가 백신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3가 백신의 경우 무료접종은 정부 입찰물량으로 들어가고 접종비도 낮지만, 4가 백신은 '프리미엄 백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접종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2016년부터 형성된 4가 백신 시장은 지난해부터 사노피, 동아에스티, 보령바이오파마 등이 잇따라 진입했다. 이에 따라 GC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 확대도 한계점에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가 백신이 국가지정백신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국내시장에서 녹십자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녹십자는 이미 레드오션화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