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중심 지배력 벗어나 계열사별 독자경영 무게경영투명성 등 신뢰회복 집중…‘스피드 경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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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됨에 따라 그가 이끌어갈 '뉴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내달 22일부터 삼성 창립 80주년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연달아 예고되면서 대대적인 경영 개편에 관심이 집중된다.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경영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신뢰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인 이재용이 품고 있던 꿈'이 조금이나마 공개됐을 뿐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대가 높은 이유는 그의 증언을 통해 이재용식 '뉴 삼성'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증언은 많은 내용을 품고 있다.이 부회장은 증언을 통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그는 항소심 피고인 신문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며 "지분만 따지면 삼성물산이 더 많지만 열정을 갖고 일해 온 삼성전자에 실질적으로 내 지배력이 더 크다"고 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물산 및 금융 계열사들은 오너의 지배에서 벗어난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들이 지주사로 변신할 경우 그룹과 총수 역할은 완전히 살아질 수 있다. 그가 삼성전자 경영에 직접 관여할 경우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를 감안해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실속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에 주력할 가능성은 높다. 이 부회장은 1심 피고인 신문을 통해 "IT 업계는 경쟁이 심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압박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극복할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혁신 산업분야(바이오·AI·IoT·자율주행차)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기대된다. 8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것과 같은 대규모 M&A가 예상되는 이유다. 그는 "인위적으로 장악하거나 혹은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도 예고했다.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는 방안으로 자산 매각, 사업 재편,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을 깜짝 발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와 같은 삼성의 기존 경영철학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수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겠다"고 증언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사업보국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자신이 재벌 3세로 태어나 수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며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