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점 도미노 철수 우려·롯데월드타워점 사업권 박탈 위기
보따리상 효과로 매출 증가에도 경쟁 격화에 실속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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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점 업계가 각종 악재로 인해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매장을 대부분 철수하기로 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려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대료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어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추가로 철수하는 면세점도 나올 수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돌발 악재가 계속 터지면서 업계 판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매장 철수, 특허 취소, 사업권 반납이 잇따라 발생하고 이에 따른 공백을 어느 업체가 메우냐에 따라 업계 순위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일부를 반납하기로 하고 인천공항공사에 철수를 요청했다.

    롯데면세점은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하고 탑승동 등 나머지 3개 사업권(DF1, DF5, DF8)을 반납하기로 했다.

    다음 달 인천공항공사로부터 해지 승인을 받으면 롯데면세점은 120일간 연장영업 후 철수하게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후속 사업자가 오는 7월 이후 영업을 하도록 입찰을 할 예정이다. 입찰이 이뤄지면 참여 업체와 임대료 산정 방식 등에 따라 업계가 또 시끄러워질 수 있다.

    먼저 롯데가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외에 현재 1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이 롯데의 공백을 메울지도 관심사다. 1터미널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인천공항공사는 2터미널 개항으로 이용객이 감소한 1터미널 면세점 운영 사업자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공동 대응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악에는 롯데에 이어 추가로 철수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소 여부도 뜨거운 이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관세청이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롯데의 1심 유죄 판결 이유가 된 위법 사항이 관세법상 특허 취소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신 회장 측이 법원에 항소함에 따라 향후 재판 결과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관세청이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롯데에 불리하게 점수를 산정해 탈락시킨 사건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만약 롯데가 인천공항 1터미널과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내주고, 신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1∼2위 간의 격차가 크게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에 의존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28억 달러 규모였다. 전년 106억 달러보다 20.8%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 매출액이 76억 달러 규모에서 94억 달러 규모로 23.8% 늘었다.

    반면에 외국인 이용객은 2천63만명에서 1천511만명으로 26.8% 감소했다. 보따리상 효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경쟁 격화에 따른 할인 마케팅 등으로 실속은 별로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각 면세점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났지만, 사드 사태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조9천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으며, 지난해 2분기에는 298억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5천719억원으로 전년보다 7.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5억원으로 25.8%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천647억원, 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분기까지는 적자였으나 3분기부터는 1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다.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등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3분기 꾸준히 흑자를 냈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소폭 흑자를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좋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