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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육성해야 할지, 기존 산업 보호를 위해 억제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애매하다. 카풀(승차공유) 어플리케이션(앱) 이야기다. 주무부처와 지자체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전략과 과제를 논의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 조차도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카풀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계와 택시업계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풀앱 논란은 풀러스가 지난해 11월 출퇴근시간선택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시간선택제는 카풀 운전자가 일반적인 출퇴근시간대와 무관하게 직접 출퇴근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운전자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각각 4시간씩 설정해 하루 총 8시간, 일주일에 5일간 서비스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기존 풀러스 이용 시간은 출근 시간(오전 5시부터 오전 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였다.
플러스 측은 "풀러스교통문화연구소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일반적인 오전 출근, 오후 퇴근이 아닌 비정형 근무패턴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가 30%를 넘었다. 주말에도 일하는 분들도 20%를 넘는다"며 "이런 다양한 근무패턴은 정부도 다양한 유연근무제 지원제도를 통해 권장하고 있는 바이고, 기존에 풀러스가 자체 설정한 서비스 시간대가 이런 근무 패턴의 다양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퇴근시간 선택제는 기본 카풀 서비스 시간대보다 반 정도의 짧은 시간만 이용할 수 있고 변경이 어려워 악용 가능성이 낮은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카풀앱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상 택시 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제재를 요구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시간선택제 서비스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아직 경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카풀앱을 둘러싼 논란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에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료운송을 금지하는 동시에 예외조항으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출퇴근시간대에는 자가용 자동차도 유료운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출퇴근시간대가 정확히 몇시부터 몇시까지인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출퇴근시간대 몇번까지 카풀이 허용되는지, 운송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해놓지 않았다.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택시 업계는 "출퇴근시간 외에 유상운송을 허가하면 사실상 택시영업과 다르지 않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업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풀러스측은 "여객운수사업법에서 유상 카풀을 허용한 것은 예외적으로 출퇴근 카풀로 실비 등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쉽게 확산되지 못했던 카풀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당초 법률이 의도한 바를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활성화했을 뿐 특별히 더 상업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