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해소 가속도호텔롯데 상장 및 경영권 분쟁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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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이 첫 경영시험대 관문을 무사 통과했다. 6개 계열사에 대한 분할합병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고,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롯데지주는 27일 오전 10시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회의장에서 롯데지주 대표이사인 황각규 부회장 주재로 임시주총을 열고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의 회사 합병 및 분할합병 승인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에서는 발행주식수 대비 58.2%(출결의결수 대비 87.03%)가 합병에 찬성했다. 주주가치 제고, 경영투명성·효율성 강화 등 롯데의 지주사 체제 확대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2015년 이후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신 회장도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한 뒤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지주를 출범으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대폭 줄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했고, 사업과 투자 부문 간의 리스크를 분리시켰다. 이후 총수 구속 사태라는 변수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주총을 통해 롯데의 지주체제를 확대하면서 국민들과의 약속도 지키게 됐다.
롯데는 분할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1일부로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다. 순환출자 완전 해소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됨으로써 경영투명성이 높아짐은 물론, 복잡한 순환출자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도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평가된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에 대한 지배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의결권을 기준으로 한 롯데지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9%까지 올라간다.
합병 후 오너 일가 및 관계사 총 지분율은 38.2%가 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까지 치솟으면서 특수관계인 의결권 지분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 지분율은 13.8%가 되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각 4.6%와 2.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신동빈 회장이 부재 중이지만, '뉴롯데'를 위한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지주사 개편 작업 가속도…호텔롯데 상장, 경영권 분쟁 조짐은 과제
합병안건이 통과되면서 지주사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지주는 계열사 90여개 가운데 51개를 편입하게 된다. 아직 화학, 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지주사 체제로 들어오지 못했다.
궁극적으로는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를 증시에 상장해 일본 주주 지분을 50% 밑으로 낮추고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지연될 전망이다.
화학 계열사와의 분할합병과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대상 기업의 경영 투명성 심사를 하는데, 신 회장의 유죄가 입증되면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신 회장의 구속을 틈타 경영권 탈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을 유지하자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근에는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그룹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소송을 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롯데홀딩스가 여전히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신 전 부회장이 힘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황각규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롯데홀딩스가 위임장을 통해 이번 합병 및 분할합병안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은 참석한 주주들의 항의로 인해 약 50분 이상 지연됐다.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의장을 맡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에게 "분할합병 계약서를 보여달라", "이사회 결의 반대 의사 통지 건수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주들은 신 회장의 구속에 대한 안타까움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한 주주는 "롯데지주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화가 난다"고 했고, 또 다른 주주는 "경영권 분쟁이 재발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와서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황 부회장은 주주들을 진정시키면서 "이번 합병은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주 여러분들의 성원과 격려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